서점들 '디카폰 책도둑'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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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디지털 카메라와 카메라폰 등을 이용해 책 내용을 찍어가는 사람들이 늘자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서점에 촬영금지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임현동 기자

"책 표지 및 내용은 저작권법에 위배되므로 촬영할 수 없습니다."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건축.컴퓨터 서적 코너 진열장 옆에는 이런 내용의 노란색 안내판이 붙어 있다. 디지털 카메라 폰(디카폰) 등으로 몰래 책 내용을 찍어가는 '책 도둑' 때문이다. 고객지원팀 권택경(30)씨는 "지난해부터 디카폰이나 심지어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를 가져와 내용을 입력해가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 서점들이 진열된 책의 내용과 화보 등을 무단 복제하는 '얌체 손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장을 적발하더라도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 서면의 대형 서점인 동보서적 매장에도 '디카폰으로 책 내용 촬영을 삼가 달라'는 안내문이 진열대마다 붙어 있다. 이 서점 기획실 김영은(27.여)씨는 "최근 디카폰 보급이 확산되고 불황으로 책값을 아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무단 복제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D대 대학원생인 장혜진(29.여)씨는 "학생들이 리포트 작성 때 필요한 내용이나 도표.사진 등을 서점에서 디카폰으로 찍어 자료를 수집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디카폰의 표적은 교육.건축.디자인.컴퓨터 등 가격이 비싼 전문서적이 주류를 이룬다.

서점 관계자들은 "수만원을 호가하는 책값에 부담을 느낀 20, 30대 젊은 층이 주로 무단 복제를 한다"고 전했다.

적발도 쉽지 않다. 교보문고 서면점 김성자 영업팀장은 "직원이 안 보는 사이 사진을 찍기 때문에 적발이 힘들다"며 "적발돼도 '서점이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며 항의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이 곤혹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임미진 기자 <istorkim@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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