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과학위성 어디쯤 … 우주 미아로 떠돌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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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가 25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긴 궤적을 그리며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사진은 고흥군 동일면 봉남마을 언덕에서 20초간 장노출로 나로호의 궤적을 촬영한 모습. CANON EOS MARK-Ⅲ 카메라, ASA 100, 조리개 22. [김형수 기자]

25일 오후 6시20분 나로호가 정상 궤도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기까지 만사가 순조롭게 보였다. 변수 중 하나인 기상 여건도 좋았다. 이날 오전부터 한국·러시아 연구진이 총동원돼 실시한 최종 점검에서도 이상이 감지되지 않았다. 발사 이틀 전부터 내려와 현장을 지휘해 온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과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등 발사 관련 기관의 수뇌부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서도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나로호는 제 궤도에 올라가지 못하고 이날 자정 현재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우주 미아’ 신세가 됐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북미우주방공사령부(NORAD)의 레이더와 망원경을 이용해서라도 찾아야 할 판이다. 이 레이더는 우주를 떠도는 10㎝ 크기의 물체도 찾아낸다.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도 이 레이더가 ‘우주에 올라 온 새 위성은 없다’라는 것을 확인해 줬다. 한때 성공 분위기에 들떠 있던 나로우주센터 연구진은 망연자실했다. 온갖 고생이 물거품이 되는가 하는 상실감에 눈은 초점을 잃은 듯했다. 25일 발사 7시간 전부터 실패 발표 때까지의 긴박한 시간대별 상황을 정부 발표와 발사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해 봤다.

▶오전 10시7분=고압 헬륨을 35분 동안 충전했다. 헬륨은 발사체 통 안에서 연료 공급 파이프와 연결된 밸브를 여닫는 등 엔진을 조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직 연료는 충전하지 않고 마지막 점검을 해 또 한번의 계속 진행 여부 결정을 기다렸다.

▶오후 2시58분=최종 점검을 마친 나로호에 액체 산소와 케로신(등유) 연료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케로신 충전에 1시간, 액체 산소 충전에 1시간10분 걸렸다. 높이 25m, 지름 2.9m 원통 1단 안에 들어가는 이들 추진제의 무게만 130t이 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지상 근접한 곳에서 폭발할 경우 충격파만으로 건물 유리창과 안경 알을 깨뜨릴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갖는다. 오후 4시8분에 연료와 액체 산소 충전이 모두 완료됐다. 액체 산소는 등유를 태우는 역할을 한다.

▶오후 4시40분=최종 발사 결정이 돼 발사 18분 전 발사해도 좋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연료가 충전된 로켓 1단 통은 너무 차가워 한여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이때 맨손으로 통을 만졌다가는 동상을 입는다.

▶오후 4시45분=자동으로 발사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물론 이때도 결함이 발견됐다면 즉시 중단할 수 있다.

▶오후 4시59분56초=엔진이 점화됐다. 발사체가 이륙 전인데도 발사대 주변엔 거대한 화염과 굉음이 일기 시작했다.

▶오후 5시=4초 동안의 점화 시간에 엔진의 밀어 올리는 힘이 142t에 도달하면서 발사대를 떠나기 시작했다. 로켓 1단의 최대 밀어 올리기 힘은 170t이다. 발사대 주변은 여전히 거대한 화염과 굉음에 휩싸였다. 발사체는 이륙한 직후가 가장 위험한 고비다.

▶오후 5시55초=지상 7.5㎞ 서 음속 돌파.

▶오후 5시3분35초=위성 보호 덮개 한쪽만 분리(정부: 정상 분리).

▶오후 5시5분52초=로켓 1단 분리(정부 발표), 위성과 위성 보호 덮개 한쪽, 로켓 2단이 한꺼번에 비행(전문가 추정).

▶오후 5시9분=로켓 2단과 위성 분리(정부 발표), 로켓 2단과 위성, 위성 덮개 한쪽이 붙어있어 분리 못해(전문가 추정).

▶오후 6시20분=안병만 교과부 장관 위성 제 궤도 올라가지 못했다는 사실 발표.

서울=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고흥=심재우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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