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으로 번 돈 소외지역 학생 위해 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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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학원 강사들이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히는 김 대표. [황정옥 기자]

“사교육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이제는 돈이 없어, 교육환경이 좋지 않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소외 지역 학생들을 위해 환원하고 싶습니다.”

2012년 개교를 목표로 전남 나주에 자율형사립고 설립을 추진 중인 청솔학원 김형중(44) 대표이사의 뜻은 확고했다. 이미 학교 설립 추진팀을 꾸려 현장실사를 마쳤고, 나주시와의 협의도 계속하고 있다. 추석 전후로 나주시와 자율형사립고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사교육 업체의 공교육 진출은 현실화된다. 김 대표는 이미 구체적인 학교 운영 계획까지 마련해 놓고 있었다.

- 자율형사립고 설립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2012년 나주시 금천·산포면 일원에 221만 평 규모의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가 들어선다. 인구 5만 명의 자족형 독립신도시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농어촌공사 등 16개 공공기관이 이전한다. 그 안에 가칭 ‘청솔고등학교’를 설립하려고 한다. 학급당 35명씩 한 학년에 8학급, 28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 비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토지 비용과 학교 건물, 기숙사동 건축비를 포함해 4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나주시와 의논한 결과 청솔학원은 60억원 상당의 토지 비용을 우선 부담하고, 학교 건물과 기숙사동 건축비는 공공기관 등의 기부를 받아 충당할 계획이다. 기부를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웃음)”

- 나주로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주는 인구가 1975년 25만 명에서 올해 7월에는 9만5000명으로 줄었다. 교육 문제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 이전 50%에 가까운 학생들이 광주 등지로 이사를 하고, 중학교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도 매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낙후된 지역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 고교 설립 계획을 하루아침에 세운 건 아닐 것 같다.

“나와 함께 청솔학원을 이끄는 김도형 부사장, 박진형·조광연·박성복 본부장은 82~83학번이다. 대학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다 대학 졸업 후 각기 다른 학원을 거쳐 청솔학원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부터 돈을 벌면 반드시 교육 소외 지역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자는 뜻을 같이 했었다.”

- 투자 여력이 되나.

“지난해 강남을 비롯한 직영학원 10곳의 총 매출액이 520억원이었다. 이 중 순이익은 10% 정도다. 돈이 많아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번 돈, 앞으로 벌게 될 돈을 우리가 설립하는 고교 발전을 위해 꾸준히 투자하는 게 진정한 사회환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토지 비용을 3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방안을 나주시와 협의 중이다.”

- 교사를 확충할 방안은.

“학교를 운영하려면 적어도 65명의 교사가 필요하다. 이 문제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청솔학원 재수종합반 강사(전임 110명) 중 40% 정도가 교사 자격증이 있고, 이 중 30명 정도가 고교 교사로 나갈 것을 자원했다. 나머지는 공개 채용을 통해 모집하려고 한다.”

-학원강사보다 임금 수준이 낮을 텐데.

“고교 교사의 임금 수준은 학원강사 보다는 훨씬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원한 강사들은 ‘강사를 하면서 많이 벌었으니 이제 소외된 학생들을 위해 내 능력을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도 놀랐다. 이게 청솔학원의 문화다.”

- 어떤 학교를 만들고 싶나.

“명강의와 학생 개개인에 맞는 학습컨설팅, 입시컨설팅을 갖춘 명문고를 만드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청솔학원이 구축한 시스템을 지역 학생들에게 맞게 변형시켜 최적의 교육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또 입시정보나 학생관리 시스템을 나주 지역 다른 고교와 공유할 예정이다. 나주가 살아야 신설 고등학교도 살 수 있는 것 아니겠나.”

- 명문고가 됐을 경우 지역 학생들이 성적에 밀려 들어오지 못할 경우가 생길 텐데.

“이 문제를 두고 나주시와 지역할당제에 관해 논의 중이다. 적어도 20%는 인근 지역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겠다.”

- 인성교육 부재가 문제로 제기될 수 있는데.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이 시간에 향교 방문과 나주 문화 익히기 수업 등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할 생각이다. 나주교육진흥재단과 이미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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