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조비리 수사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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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와 김현 (金賢) 전 사무장이 긴급체포 하루만인 13일 대전지검에 구속되고 대검도 검사 6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가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李변호사가 구속됨으로써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시작됐다.

○…지검 차장급을 비롯, 현직 검사 6명이 첫 소환된 13일 대검 관계자들은 "검사가 검사를 조사하는 불행한 사태가 너무 안타깝다" 고 말하는 등 하루 종일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 대검은 지검 차장급과 중견검사에 대해선 감찰 1.2과장이, 평검사는 감찰담당 검사 3명이 각각 맡아 한사람당 1~2시간씩 李변호사 장부에 사건 소개인으로 기재된 경위 등을 추궁.

○…검찰은 소환된 검사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환 시간과 조사장소 등에 대해 함구로 일관. 검찰 관계자는 "소환대상 검사 대다수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거명된 검사의 누명을 벗기는 것도 감찰 조사의 한 목적" 이라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이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없게 언론이 협조해달라" 고 요구.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던 李변호사와 金씨가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은 12일 오후부터. 이들은 출두전 접촉 사실이 밝혀지면서 李변호사는 이날 오후 2시쯤부터, 金씨는 이보다 늦은 저녁 8시쯤부터 범행을 자백했다.

검찰은 李변호사와 金씨가 비용부분에 대해 입을 맞춘듯 '활동비' 라고 주장한 것에 주목하고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한 결과 두 사람이 일요일인 지난 10일 오전 1시30분쯤 충북 청원의 D여관에서 30분간 만난 것을 확인.

이 자리에는 두 사람외에 변호사 사무실의 현 사무장과 金씨의 자수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학교 친구가 합석했으며, 李.金 두 사람은 혐의사실을 부인키로 조율했다는 것.

○…사건 알선 수임료와 관련해 李변호사와 金사무장 모두 "사건을 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고 진술해 이 부분이 법조 비리의 원천임을 증명. 李변호사는 "개업하며 착수금 20%정도는 줘야 사건 수임이 가능하다는 권유를 듣고 처음에는 거부했다" 며 "그러나 외근 사무장 없이는 사건을 수임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수임료를 주게 됐다" 고 진술.

金씨도 "소개해준 사건에 대한 소개비와 사례비는 당시의 관행이었다" 며 "그게 뭐가 문제냐" 며 불만을 표출했다는 후문.

○…대전지검은 두 사람의 자백을 받아내고 영장이 발부되자 일단 큰 짐을 벗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 대전지검 이문재 (李文載) 차장검사는 "사건의 90%는 해결했다" 며 그동안의 찌푸린 표정을 풀고 모처럼 환한 얼굴. 李차장은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옷 벗을 각오를 했다" 고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

○…법조 비리를 다룬 영장이라 그런지 검찰이나 법원 모두 영장처리를 둘러싸고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 검찰은 그동안 중요사안의 경우 영장이 발부되면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비공개로 일관. 이에 대해 대전지검은 "영장 내용 공개는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며 때 아니게 원칙론을 고수.

법원의 경우도 관련자들이 있어서인지 조용한 처리를 강조하며 언론을 피하는 흔적이 역력. 법원은 검찰측에 이례적으로 "영장청구 서류를 조용히 갖다 달라" 고 요구하는가 하면 영장실질심사도 당초 오후 3시로 밝혔다가 언론에 알리지 않고 오후 1시30분으로 변경.

○…검찰이 이날 李변호사를 구속하면서 지난해 의정부 이순호 (李順浩) 변호사에게 적용했다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재차 적용해 논란.

검찰은 "의정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데다 법무부가 금품.향응 제공 등 변호사의 수임 비리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해 놓고 있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고 설명.

대전 = 이석봉.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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