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W3K,한국현대문학 집대성 CD롬 공동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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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첨단매체와 문학? 언뜻 어울리지 않는 짝이다 싶다면,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이 당대 최첨단 매체였던 것을 떠올려 보라. 그러고 나면, 지난 1백년의 우리 문학이 손바닥만한 CD롬 한 장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나온다는 소식에 충격이 덜해질 것이다.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와 컴퓨터소프트웨어 개발회사 W3K가 공동 개발, 7일 문화부에서 시연회를 가진 이 '한국현대문학 1백년' CD롬은 1883년~1994년 발표된 모든 문학작품과 작가에 대해 총12만 항목의 정보를 기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6천7백59편의 시집, 2만4백20편의 소설과 7천4백74종의 소설집, 2만3천9백71편의 평론과 1천8백10편의 평론집, 2천1백편의 희곡과 2백42편의 희곡집을 제목.필자.발표지.발표시기 별로 정리한 것이다.

이 기본 자료를 가로세로 엮으면 고스란히 우리 현대문학 기네스북. 소설편수로는 농촌문제를 주로 다뤄온 작가 오유권 (2백13편)에 이어, 박영준 (1백86편) , 염상섭 (1백56편) , 정한숙 (1백54편) 이 다작 4인방임이 드러난다.

희곡은 등단시기별로 해방전에는 소설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인 채만식 (40편).유치진 (30편) 이, 해방후에는 차범석 (54편) 이 단연 선두다.

작품 편수로 볼 때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인 사람들은 평론가들. 문예지에 실린 최신작을 빠짐없이 읽는 것으로 유명한 현역 평론가 김윤식교수 (서울대 국문학과)가 3백32편, 백철과 임화가 각각 3백7편, 2백68편의 평론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별로 통계가 잡힌 시집쪽은 해방후 등단 문인으로는 조병화 (88권) , 해방전 문인으로는 김소월 (77권) 이 압도적. 재미있는 것은 김소월의 경우, 시작 규모는 생전 발간된 시집 '진달래꽃' , 사후 김억이 엮은 '소월시초' 가 전부이지만 이후 거의 매년 한 권 꼴로 시집이 출간될 만큼 인기를 누려왔단 얘기다.

CD롬은 '한국현대문학 1백년을 빛낸 문인' '한국 현대문학 1백년을 빛낸 작품' 등 주요 작가와 작품 해설도 곁들였다. 저작권시효가 소멸된 소설 2백여편, 시 1천여편은 작품 전문까지 수록돼 있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권영민교수 (국문학과) 는 "이달말까지 한정본 CD롬 2천부를 제작, 국공립 도서관.연구소에 우선 공급하고 하반기에는 인터넷에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 문학 연구자와 일반인들이 세계 어디에서도 활용하도록 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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