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장외투쟁-물밑대화 두갈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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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529호실 사태와 여당의 법안 단독 변칙처리에 맞서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 및 의장실 점거농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본격적인 '길거리 투쟁' 에 나섰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와 당 소속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당원 7백여명은 11일 오전 10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안기부 정치사찰 규탄대회를 열고 당보 (黨報) 가두배포에 나서는 등 강경한 대여 (對與) 싸움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의 규탄대회가 열린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안기부의 정치권 사찰과 여당의 법안 단독강행 처리를 성토하는 열기로 가득.

李총재는 "우리가 안기부 정치사찰을 적발했고 그에 대한 처벌과 사과를 요구했으나 이 정권은 눈 하나 깜짝 않고 3일동안 다수의 힘으로 날치기를 강행했다" 며 "이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통감한다" 며 비장한 어조로 분위기를 띄웠다.

李총재는 이어 "우리는 안기부.검찰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정권을 상대로 싸우는 것" 이라고 강조. …李총재에 이어 발언에 나선 김덕룡 (金德龍) 부총재는 "안기부가 공식석상에서 총재를 모략하고 중상하며, 책임을 우리당에 뒤집어 씌우려고 전화협박까지 했다" 며 "이는 정치간여금지를 규정한 안기부법에 정면 도전한 것으로 이같은 오만함은 독재정권에도 없었다" 고 지적.

金부총재는 또 "과거의 군사정권은 못된 짓 하다가도 들키면 부끄러워 할 줄이라도 알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며 "이 정권은 입으로만 민주주의를 하는 정권" 이라고 강도높은 정부비판을 해 청중들로부터 여러차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만세삼창을 끝으로 규탄대회를 마친 한나라당은 11시30분쯤 10대의 버스에 올라탄 뒤 당보를 가두 배포키로 한 영등포 전철역 등 열군데의 지정지역으로 직행. 안기부 정치사찰을 규탄하는 내용의 한나라당 당보는 이 날 의원들의 서울 지역구별 배포활동을 통해 모두 5만부가 뿌려졌다.

○…한나라당은 의장실 점거와 가투 (街鬪) 등 대여공세와 함께 원내총무간 물밑대화를 하면서 대여투쟁에 있어 강.온 두갈래 방향을 두고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한 모습. 3일째 의장실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는 이신범 (李信範) 의원 등은 "의장실 점거에 대해 반향이 없으면 내일부터는 한남동 의장공관에 찾아가 항의하겠다" 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

이런 와중에 오후 3시쯤 의총을 마치고 나온 박희태 (朴熺太) 원내총무는 "여당 총무들과 긴급현안 질의에 대한 조율을 마쳤다" 며 "정부측의 사과수위를 보면서 대화와 타협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전해 모종의 변화가 모색됨을 시사.

유광종.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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