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년적자 美AST社 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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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삼성전자가 해외계열사 구조조정 차원으로 미국에서 컴퓨터를 생산.판매하는 자회사인 AST사를 정리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미국 텍사스주 어바인에 본사를 둔 AST사는 한때 7천명의 종업원이 근무했던 세계 6위의 PC생산업체. 삼성은 95년 해외 컴퓨터시장 진출을 위해 AST의 지분 40.25%를 주당 20달러씩 총 3억7천7백만달러에 인수하고 본격적인 현지경영에 나섰으나 경쟁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인수 이후 여러차례 경영진을 교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했으나 결국 손들고 말았다. 97년 8월에는 소액 주주들이 갖고 있던 AST의 잔여지분을 1억7천만달러에 추가 인수, 회생에 총력을 기울였다.

가정용PC 사업에서 손을 떼고 '기업시장' 에 눈을 돌리는 한편 한때 7천명이던 종업원을 지난해 6월까지 5백명으로 대폭 줄이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AST의 적자는 계속 쌓여만 갔고 결국 97년 말에는 자본이 완전 잠식돼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매입 당시 주가는 20달러였으며 4달러선까지 떨어졌었다.

삼성전자가 AST를 잘못 인수해 투자한 돈은 모두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AST투자를 위해 현지금융을 일으켜 조달했던 자금은 AST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대부분 정리했다" 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1일 미국의 개인용컴퓨터 (PC) 생산업체인 패커드벨의 설립자 베니 알레짐을 주축으로 한 투자자그룹과 'AST컴퓨터' 라는 합작회사를 만드는 대신 적자누적으로 골치를 앓아온 AST를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투자자그룹은 신설 법인에 1천2백5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65%를 갖고 경영권을 행사하며, 삼성은 AST브랜드와 특허 등 무형자산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35%의 지분만 갖게 된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지난 95년 7월 AST사를 인수한 후 3년 6개월만에 완전 정리했다.

삼성전자 장일형 (張一炯) 상무는 "이번 AST사 정리는 해외사업 견실화를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부실사업에서 철수함으로써 앞으로 수익 및 현금 유동성을 개선하고 고수익 사업에 집중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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