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민당 거물들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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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직 총리 등 일본 자민당의 거물 정치인들도 30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대거 낙선할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자민당이 완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석수가 현재의 300석에서 100여 석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다른 의원들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할 자민당 중진들도 자신의 지역구에 진을 치고 표밭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권자들을 차분하게 설득하기보다는 민주당 비방이나 ‘애걸성’ 선거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자민당 중진들의 위기는 현역 최고의 거물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의 처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모리는 1969년 처음 당선된 뒤 40년 동안 13선을 기록한 백전노장이다. 과거 선거 때는 지역구에선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당선이 거의 확실해 그는 지원 유세를 위해 전국을 돌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23일에도 지역구인 이시카와(石川) 2구에서 100명의 청중을 앞에 놓고 “무책임한 민주당에 정권을 맡길 수 없다”며 민주당을 비방했다.

당 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9선의 고가 마코토(古賀誠) 의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당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13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 기간 내내 지역구인 후쿠오카(福岡)현 7구에 머물고 있다. 그는 22일 “민주당 독재가 되면 일본 장래가 어둡다. 우리 지역에선 자민당 등불을 켜고 있어야 한다”며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구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소 총리 실언=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23일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돈이 없다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통신은 아소 총리가 청년들의 경제난과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고 보도했다. 많은 일본 젊은이가 경기 침체로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의 발언은 집권 자민당에 더욱 부담을 주고 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본 관방장관은 “총리의 발언은 청년층의 취업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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