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사전답사 … 준비한 석판 크기 재보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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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고(故) 최진실씨 유골함 도난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용의자가 범행 사흘 전 현장을 사전 답사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녹화 화면(사진)을 24일 추가로 공개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범행 당일인 4일 용의자가 유골함을 훔쳐가는 CCTV 장면을 20일 공개했다. 당시 화면은 화질이 떨어져 용의자 얼굴을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화면은 용의자의 얼굴을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다.

CCTV에 녹화된 용의자는 1일 오후 8시쯤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10시간 가까이 납골묘 주변을 맴돌았다. 또 2일 오후 8시40분쯤 석판을 들고 분묘에 나타나 최씨 묘 뒷벽 석곽과 길이를 맞춰 보기도 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지난 2일 범행을 저지르려 했지만 석판의 길이가 맞지 않아 이틀 뒤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모습이 비교적 자세하게 찍힌 2일 오전 5시43분54초부터 5시56분3초까지 12분가량의 화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화면에 찍힌 용의자는 짧은 머리에 키 170~175㎝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회색 조끼와 군복무늬 바지 차림으로 검은 단화를 신고 있었다. CCTV에 찍힌 용의자는 오른손에는 막대기를, 왼손에는 A4 용지 크기의 종이를 들고 있었다. 그는 분묘 주위를 둘러보다 무언가를 때리는 듯 오른손으로 막대기를 허리 높이에서 휘둘렀다. 또 막대기를 아래로 향하게 잡고 골프 퍼팅 연습 하듯, 휘젓기도 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행동이 무속 의식과 관련됐는지 조사하기 위해 무속인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무속적인 의식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용의자는 또 납골묘 뒷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꼼꼼하게 메모하기도 했다. 용의자가 뒷벽의 크기 등을 잰 뒤 이를 적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 검거를 위해 경찰관 31명으로 구성된 전담반을 구성했다. 또 범행 당시 납골당 주변에서 사용된 휴대전화의 발신지를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지역 기지국을 거친 통화량이 10만여 건에 이르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최씨의 분묘를 관리하는 재단법인 갑산공원은 이날 3000만원의 신고보상금을 내걸었다. 갑산공원 연재율 이사는 “묘역의 관리를 맡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날 신고보상금 300만원에 용의자를 공개 수배했다.

정영진·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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