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커스 안방에서 본다-MBC설날특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공과 바드민톤 재주' '곰 줄넘기' …. 타이틀부터 색다르다.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북한의 서커스 공연 내용이다. '림꺽정' '온달전' 등의 북한영화에 이어 처음으로 북한의 쇼 프로그램이 설날 (2월16일) 을 전후해 안방을 찾는다.

MBC가 문화관광부의 승인을 받아 일본에서 북한 TV프로그램 수출활동을 벌이고 있는 서해무역을 통해 사들인 것이다.

신상옥씨가 판권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일었던 '불가사리' 등과 함께 수입한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평양교예단 종합공연'. 막이 오를 때 인공기를 들고 입장하는 장면 외에는 이념적인 색채가 비치지 않는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원들의 기본기. 사회주의 국가답게 체조의 '변주' 가 아닌가 싶을 만큼 연기력이 뛰어나다. 두 사람의 어깨 위에 나무 막대를 걸쳐 놓고 탄력을 이용해 3바퀴 공중회전하는 '봉전회' 는 평균대 연기의 확장이며 '수중륜조형' 은 수중발레와 공중곡예를 합쳐 놓은 것 같다.

번지 점프와 흡사한 '탄력 비행' 에서 연기자들이 그리는 곡선은 곡예 이상이다. 한꺼번에 7개의 배드민턴 라켓을 두 손으로 돌리는 것도 서구 서커스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전통' 을 응용한 점도 높이 살만하다.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무대 위를 회전하는 '상모 놀이' 를 비롯해 남사당패의 밧줄타기를 응용한 '2인 바줄타기', 예쁘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이 공중제비를 도는 '널뛰기 재주' 등등. 삼국시대의 전통복장을 연상시키는 연기자들의 의상도 눈길을 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의상의 색상이나 조명 등이 서커스의 규모나 테크닉에 비해 세련되지 못하다는 점. MBC 안광한 영화부장은 "군중 매스게임이 아니라 북한주민들의 일상적 문화생활을 보여주는 프로라 북한을 좀더 가까이서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밝혔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