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음악 재기 날갯짓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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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국 포크 30주년. 트윈폴리오의 음반이 발매되고 한대수의 귀국공연이 열린 69년 이후 포크음악은 대중의 삶 언저리에서 살가운 목소리를 던져왔다.

그러나 90년대 들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한국 포크가 재기의 나래를 펼치고 본격적인 새출발을 다짐한다.

시발점은 오는 15~24일 대학로 학전 블루에서 열리는 '제2회 김광석 추모 콘서트'. 열흘동안 30여개 팀이 참여하는 이 공연은 3년전 세상을 등진 천재 가수 김광석을 기리기 위해 개최된다.(02 - 763 - 8233)

단순히 추모의 의미를 넘어 그동안 대중에게서 멀어졌던 포크계의 대동단결을 기하고 예전 인기를 만회해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99 포크 페스티벌' 로 부제가 정해진 것도 같은 의미. 80.90년대 포크가수가 총집합한다. 김광석과 함께 '노래를 찾는 사람들' 활동을 했던 권진원.안치환 을 비롯, 시인과 촌장.동물원.일기예보.강승원.조트리오.유리상자.유익종.김현성과 혜화동 푸른섬 등이 참여한다.

또 포크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공연 취지에 동감하는 김목경.이은미.서우영 등 다양한 가수들이 모습을 보인다. 공연뒤 참가자들은 김광석의 감추어진 자작곡 10곡을 부르는 '김광석 추모앨범' 을 금년중 제작할 예정.

"평소 아껴왔던 김광석의 음악적 재능을 기린다는 뜻도 있지만 벼랑끝에 몰린 포크계가 최후의 승부수를 던지는 각오로 재기를 노린다는 점이 더 큰 의미" 라고 이 행사의 총기획자인 포크계의 '원로' 김민기씨는 말한다.

이같은 포크계의 결집에는 포크가 침체일로에 있다는 현실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전성기이던 70년대는 물론이고 80년대만 해도 음악계를 장악했던 포크는 90년대 들어 대중의 곁에서 멀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엉클.안치환.노래마을 등의 음반이 줄줄이 실패했고 포크 가수들의 공연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포크 1세대들인 송창식.임창제.전인권 등은 양수리나 미사리 등지에서 주류 음악계와 거리를 둔 채 활동중인 형편.

이처럼 90년대 들어 포크가 급속히 쇠락한 것은 10대의 입맛에만 맞는 댄스음악이 가요계를 지배한다는 외적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포크 가수들 자신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도 큰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떼거리 문화' 또는 '품앗이 문화' 라는 문화운동으로서의 포크 전통을 되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개약진' 해왔던 탓에 대중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결국 해결책은 포크 가수들이 연대의식을 갖고 뭉쳐야 한다" 는 것이 음악평론가 강헌씨의 이야기. 그는 이런 차원에서 '한국 포크 30주년 기념 행사' 를 기획중이다.

'70년대의 목소리들' 이라는 주제로 송창식.한대수.이장희.이정선.조동진.해바라기 등을 한 무대에 세운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난관이 있지만 모두들 위기의식을 느끼기에 결집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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