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바둑계 샛별들]2위권 판도 바꿀 신예들'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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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99년엔 많은 소년기사들이 스타의 자리를 예약해 놓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그중에서도 이세돌2단 (16) 과 최철한2단 (14), 그리고 여성기사 박지은초단 (16) 등 세사람이 선두주자라는데 바둑계는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85년 서울생으로 97년에 프로가 된 최철한2단은 삼성화재배 세계오픈 2차 예선에서 중국 6소룡의 한명인 저우허양 (周鶴洋) 7단을 꺾어 일약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국수전 본선에 진출하는 등 지난해 42승15패를 거두어 전체 프로기사중 다승 6위에 올랐다. 기풍이 온건하고 성품이 차분해 이창호9단 계열로 분류된다. 꾸준한 승률이 돋보이지만 결승전 같은 중요한 승부에 약한 것이 약점이다.

이세돌2단은 83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태어나 96년 프로가 됐다. 친형인 이상훈3단과 함께 형제기사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40승15패로 다승 8위. 기성전.KBS바둑왕전.테크론배 프로기전 등 3개 기전의 본선에 진출했고 LG배 세계기왕전에선 사상 최연소 본선진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기풍은 강렬하고 호전적이다.

조훈현 계열의 천재로 프로입단 직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는데 현재는 좀더 앞서가는 신예강자들인 이성재5단 (22).목진석4단 (19).김명완4단 (21).안조영4단 (20) 등에게 약간 밀리는 편이다.

그런 상황에서 후배 최철한2단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으니 바둑계의 치열한 약육강식을 짐작할만 하다. 약점은 한번 속력을 내기 시작하면 제동이 잘 걸리지 않는 것. 그래서 실수와 역전패가 많다.

이들 외에도 지난해 배달왕기전에서 도전자 결정전까지 갔던 조한승3단 (17), 연말에 최고위전 본선에서 조훈현9단을 격파해 화제를 모았던 이희성2단 (17), 지난해 다승 7위로 올해 고려대에 특차입학한 안달훈3단 (18), 묘수풀이의 귀재로 일본에까지 이름이 알려진 권오민2단 (19) 등 독특한 개성으로 회오리를 몰고올만한 저력을 갖춘 신진기수들은 무수히 많다.

냉철하게 말한다면 올해도 바둑계는 이창호시대가 이어질 것이다. 만24세의 한창나이니까 어쩌면 10년 이상 전성기가 이어질지도 모르고 그런 점에서 동년배인 최명훈6단 등은 실력에 비해 타이틀을 하나 얻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현재 이성재.목진석 등이 서서히 이창호와의 전투에 진입하고 있는데 이들은 앞길도 험난하지만 뒤를 쫓는 이세돌.최철한 등도 바짝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편 프로생활 1년이 지난 여성바둑의 기대주 박지은초단은 아직 실전 적응력이 부족해 성적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프로들은 누구나 올해는 반드시 일을 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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