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은 당국대화에 호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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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올해 첫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안보 3대원칙을 밝혔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증진, 남북간 화해 협력의 지속적 추구, 안보 및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와 공조관계 강화가 그것이다.

국방력 강화와 국제 공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와 북한의 농업구조조정 지원 등 현안을 이제는 당국자간 대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올 한해야 말로 남북간 평화공존의 출발이냐, 대결.긴장의 연속이냐를 판가름할 중대한 고비다.

북의 금창리 지하시설 의혹이 풀리지 않는한 우리 정부의 화해.협력정책의 기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 당국자간 대화가 선행되지 않고선 민간기업 중심의 경협도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3~5월 북한 핵위기설이 북의 사찰 수용으로 끝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는 햇볕정책 이전보다 더 긴장된 관계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이런 어려운 고비에서 정부가 선택해야 할 최선의 정책대안이 당국자간 대

화와 협상이다.

미국과 일본 등 국제적 공조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앞장서 위기의 실체를 해소할 적극적 대안을 찾는 것이다.

북이 당면한 최대의 어려움이 국제적 경제제재다.

외국에서 돈을 빌려올 수도 없고 비료와 석탄 등 자원을 구입할 방법도 막혀 있다.

여기에 테러국가에 적용되는 바세나르 체제에 묶여 중요 공산품이나 기술 도입도 막혀 있다.

또 북의 식량난은 한 두해 재해에 따른 일시적 식량감소가 아니라 농업생산의 구조적 잘못으로 생겨나는 장기적 식량부족이다.

이런 경제적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해 보자는 북한대로의 카드가 '핵 위협' 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실정에서 북이 변하기를 무턱대고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하지 않는 북을 탓하기 앞서 북의 변화를 유도하고 대화의 자리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게 이번 국가안보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의 중요 골자라고 본다.

그래서 정부는 쌀을 지원하기보다는 비료.종자.병충해 등 근본적 문제를 개선하는 북한 농업의 구조개선에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시설 의혹으로 생겨난 파국의 위기를 넘기고 중첩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핵의혹 현장에 대한 접근을 받아들여 의혹을 해소하고 남북간 대화에 나서는 것이 가장 현실적 방법이다.

이미 金대통령은 핵의혹과 관련해 일괄타결안을 제시한 바 있고 미국측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 북한도 강성대국이라는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대화와 협상의 자리에 나와 열린 마음으로 토론할 때가 됐다.

金대통령의 화해 협력정책도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한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

북한으로선 金대통령의 대북 협력.포용정책은 그 체제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를 넘기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당국자간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측의 긍정적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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