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호실 사태' 내각제 저지문건에 자민련 입장미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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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민련의 분위기가 미묘하다.

겉으로는 어정쩡한 모습이다.

'안기부 국회 사찰 공방' 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찰공방에서 한발 비켜나 편안하게 목소리를 높여도 될만한 처지인 게 자민련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게 자민련의 고민이다.

한나라당이 공개한 국회 529호 문서안에는 '내각제를 저지하기 위한 대응전략' 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짧은 메모형식이긴 하지만 자민련을 화나게 할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나라당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2일 자료공개때 "내각제에 대한 청와대와 각당의 입장.대응전략까지 제시한 이 문서는 안기부의 정치개입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 라고 주장했다.

자민련의 화를 돋우게 하려는 느낌을 줄만한 논평이었다.

당사자인 자민련은 이 부분에 대해 아직 침묵이다.

일체의 공식성명과 논평을 자제하고 있다.

여여 (與與) 갈등이 표면화될까 걱정해서다.

차수명 (車秀明) 정책위의장은 3일 "체포동의안이나 법안 단독처리는 국민회의와 공조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쾌감이 여기저기 표출되고 있다.

자민련으로선 대전시지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이어 내각제 대응전략 보고서에 화가나있다.

그런 탓인지 국민회의가 "합동의총을 열어 한나라당을 규탄하자" 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자민련은 거부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양당 합동대책회의 때는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이 "2일 합동의총을 열기로 했다" 고 발표하다 자민련 이완구 (李完九) 대변인이 이를 부인해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국민회의가 2일 밤에도 비공식 채널로 4일의 합동의총을 요구했지만 자민련은 이를 외면했다고 한다.

자민련 구천서 (具天書) 총무는 "합동의총을 열면 우리당 의원들은 검찰의 자민련 대전시지부 압수수색을 성토할 게 뻔한데 양당의 일치된 목소리가 가능하겠느냐" 며 "상황이 진행되는 걸 좀 더 지켜보자" 고 말했다.

자민련은 물밑으론 적극적인 대응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기부에 대한 해명 요구다.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는 1일 신년인사차 자택을 찾아간 당직자들에게 "안기부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시인할 건 시인해야 한다" 고 말했다.

안기부측의 해명을 어떤 형식으로든 들어야겠다는 입장이다.

일련의 사건들이 오히려 자민련에 향후 국민회의를 다그칠 명분을 축적해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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