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직사회 개혁위한 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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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랜 진통을 겪어 온 교원노조 합법화와 교원정년단축 관련법안이 상임위 심의를 거쳐 본회의 통과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두 법안 모두 교직사회의 여러 이해관계가 뒤엉킨 민감한 사항인 만큼 법안 통과 이후 격심한 내부갈등과 혼란이 걱정된다.

그러나 우여곡절을 거쳐 여기에 이른 지금, 우리는 교원노조.정년문제가 교직사회의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기보다는 교육개혁의 단초를 여는 계기로 삼기를 당부코자 한다.

전교조 문제는 10년째 끌어 온 교육계 내부의 시대적 유산이다.

전교조의 개혁의지는 높이 살만 했으나 정치투쟁으로 변질되면서 교직자로서의 위치를 망각했다는 비판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모두가 민주화 과정에서 생겨난 시대적 상처라고 볼 수 있다.

화합과 개혁을 중시해야 할 시대상황에서 아직도 옛날의 상처를 쑤셔대며 잘잘못을 따질 때는 지났지 않았는가.

이런 점에서 전교조 교사들에게 두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하나는 승자의 입장에서 군림하기보다는 몸을 낮추고 참교육의 본래 뜻을 살려 불신과 지탄의 대상이 돼 온 교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개혁의 숨은 일꾼이 되기를 바란다.

또 하나 노조투쟁 방식을 교직사회에서 답습해서는 안된다는 당부다.

개정법이 교원노조에 행동권을 제한하고 학교 단위의 노조결성을 금지한 배경에는 교육현장을 노조투쟁의 장으로 변질시켜서는 안된다는 강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외면하고 세불리기로 나갈 경우 기존 교원단체와의 마찰은 불가피하고 학교는 교원들간 세력다툼의 자리라는 우려할 파국의 사태를 맞을 것이다.

교원정년단축 문제는 입장과 상황에 따라 끝없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교원 홀대라는 측면과 능력 아닌 자연연령의 잣대가 잘못됐다는 반론도 호소력을 지닌다.

그러나 일반 여론이 단축론 우세라는 점을 교직사회는 겸허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통분담을 통해 후배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분위기를 젊게 해야 한다는 상황논리도 경청할 사항이다.

10년전 기성 교원단체가 전교조의 정치세력화를 비난하더니 막상 자신의 정년문제가 닥치자 야당과 손잡고 정치투쟁을 벌이는 모습은 꼴불견이라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일이다.

교직사회에 보수와 혁신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교육의 내용과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도 변해야 한다.

변해야 할 교육만큼 교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교직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실천할 일이다.

이를 위해 전교조를 수용하고 정년단축이라는 아픔을 딛고 거듭나는 교직사회의 모습을 보자는 게 국민적 여망이기도 하다.

정부.여당.학부모 모두 이젠 교직사회를 개혁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교육주체로서 면모일신의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밀어주는 후속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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