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교서 국회발표 부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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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 대신 국회에서 연두교서 (年頭敎書) 를 발표키로 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민의 대의 (代議) 기관' 인 국회에 나가 국정방향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도 맞는 일임에 틀림없다.

국민회의측은 얼른 "원만한 국회운영을 위한 대통령의 노력" 이라는 해석과 함께 이를 실행하기 위한 대야 (對野) 접촉방안을 마련중이다.

국민회의는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것 자체가 의회존중이라는 논리도 동원할 참이다.

국민회의는 그런 만큼 여야의원 모두의 참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방적 성격을 지닌 연두교서 발표가 원치 않는 질문이 쏟아질 수 있는 기자회견 형식보다 훨씬 부담이 적기 때문에 이 방식을 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이와 함께 앞서의 정권과 차별화를 기대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朴正熙) 전대통령이 지난 64년에 처음 연두교서를 발표, 67년까지 네차례 했다.

그러나 야당과의 관계가 나빠지고, 야당이 자기네도 발표기회를 주장하면서 중단했다.

전두환 (全斗煥) 전대통령도 82년부터 85년까지 국정연설이란 이름으로 사실상의 연두교서를 발표했다.

연두교서는 미국에서 따온 제도다.

미국 대통령의 교서에는 이 일반교서 외에 특별교서.예산교서.경제교서 등이 있다.

처음엔 대통령이 의회에 출석하지 않고 서기에게 메시지를 낭독케 했으나 T W 윌슨 대통령 이래 직접 출석해 연설하는 것이 관례화됐다.

그러나 교서제도는 엄격한 삼권분립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입법부인 국회에 대한 법안제출권이 없는 현실상의 장애 타개책으로 나왔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맞는 제도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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