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임원 348명 승진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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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현대그룹은 박세용 (朴世勇) 구조조정본부장을 현대상선.종합상사 대표이사 회장, 이익치 (李益治) 현대증권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에 임명하는 등 임원 3백49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30일 단행했다.

정몽헌 (鄭夢憲) 회장은 종합상사.증권의 대표이사 회장에서 물러나 상선.종합상사.증권의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33개 계열사별로 실시된 이날 인사에서 정재관 (鄭在琯) 부사장이 현대종합상사 대표이사 사장에, 현대상선 김충식 (金忠植)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또 윤명중 (尹明重) 현대자동차써비스 부사장과 문익상 (文益祥) 현대상선 부사장이 현대할부금융.현대물류 대표이사 사장에 각각 승진.임명됐으며 심옥진 (沈玉鎭)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이 현대건설 해외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공고 출신인 현대정공 김기철 (金基喆.49) 이사가 상무로 승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승진한 임원은 부사장 12명.전무 31명.상무 64명.이사 88명.이사대우 1백46명 등이다.

이번 현대 인사의 특징은 새해에도 계속될 구조조정작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조직의 안정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것. 대부분의 계열사가 기존 경영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인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임원 승진폭은 지난해 (3백1명) 보다 오히려 커졌으며 실적을 올린 임직원에 대해서는 발탁.승진인사를 실시했다. 구조조정과 남북경협사업 등 지난 한햇동안 현대가 성과를 올린 역점 사업분야의 임직원들이 대거 약진했다.

구조조정본부의 경우 박세용 사장이 10년만에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 전문경영인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김윤규 (金潤圭) 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여러차례 북한을 오가며 남북경협사업을 추진한 이익치 사장도 현대증권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 '실세' 임을 또 한번 과시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정몽헌 회장이 종합상사.증권의 회장직을 내놓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것. 현대의 경영체제 및 후계구도와 관련,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현대측은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려는 포석" 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정주영 (鄭周永) 명예회장의 후계구도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몽헌 회장은 전자.건설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해 향후 소그룹 분할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현대자동차 인사에서는 예상과 달리 현대정공.현대자동차써비스 등 정몽구 (鄭夢九) 회장 인맥의 진입이 이뤄지지 않은 채 기존 현대자동차 인력 48명만이 고스란히 승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정세영 (鄭世永) 명예회장이 평소 키워왔던 인사들이 대부분 중용됐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대자동차 인사에 鄭명예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진원.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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