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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고용평등법 곳곳 중복.상충…정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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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녀차별금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안을 다루게 될 국회 법사위에 여성계는 물론 사회 각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성희롱 금지 규정을 명문화한 이들 법안의 입법화 여부가 법사위 심의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법사위도 이들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을 표시하고 있어 법안 처리가 비교적 희망적이긴 하다.

하지만 여성계와 시민단체의 압박 속에 입법화를 서두르다 보니 법안끼리 중복되거나 내용에 일부 문제가 있는 대목이 없지 않다.

우선 두 법안의 '성희롱' 정의부터 통일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노동위에서 처리한 남녀고용평등법에선 성희롱의 개념을 '사업주, 상급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성적 굴욕감을 유발해 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로 규정했다.

이에 반해 운영위에서 통과된 남녀차별금지법에선 '업무.고용 및 기타 관계에서 상대방이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 음란한 출판물 등을 보여주는 행위, 성과 관련한 언동을 해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로 정의돼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안이 원론적이라면 남녀차별금지법은 훨씬 구체적인 셈이다.

상이한 과태료 금액의 조정을 포함, 성희롱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에 대해서도 두 법간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선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성희롱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남녀차별금지법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우 1천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다.

물론 두 법안을 통과시킨 운영위나 환노위는 성희롱에 대한 구체적 제재에서 영역이 다른 만큼 중복성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남녀고용평등법은 예방조치의 성격이 짙고, 남녀차별금지법은 사후구제적 측면이 강해 이 조항을 한곳으로 묶거나 해석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으로 법사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시행시기도 다르다.

남녀고용평등법안은 공포일로부터, 남녀차별금지법안은 내년 7월 1일부터로 돼있다.

그러나 정작 법사위에서 최대 논란이 될 대목은 남녀차별금지법상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의 준사법권 부여 문제다.

남녀차별개선위원회가 속하게 될 여성특별위원회가 대통령 자문기관인데 개선위원회에 조사 및 시정조치.명령 등의 준사법권을 주는 것은 정부조직법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 법사위 일부 율사 의원들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남녀차별금지법의 골간에 해당되는 이 부분이 어떻게 조정되느냐가 법안 처리의 최종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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