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사 인수한 협력사 대표에 송년 사은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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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2일 오후 5시, 경기도시흥시정왕동 금양엔지니어링 직원식당. 사원들이 1만원씩 갹출해 장만한 소주와 간단한 안주거리가 놓인 탁자에 사장과 직원들이 둘러앉은 조촐한 송년회가 시작됐다.

대화는 금양엔지니어링의 전신인 금양기전이 부도를 맞은 지난해말 이야기로부터 시작됐다.

금양은 지난 85년 설립된 소방차.방송차량 등 특수자동차 전문제작회사로 연평균 매출액 1백50억원대의 탄탄한 중소기업. 그러나 IMF 이후 수십억원의 환차손이 발생, 지난해 12월 13일 문을 닫고 말았다.

지난 5월 직원 18명이 모여 회사명을 금양엔지니어링으로 바꾸고 일을 다시 시작해보려 했지만 자본이 턱없이 모자랐다.

이때 나타난 '해결사' 가 금양과 10여년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신광전기통신의 이정태 (李政泰.37) 사장. 그는 직원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지난 11월 20억원을 들여 이 회사를 인수했다.

금양이 우리나라 특장차의 대부분을 생산, 수백만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내는 회사라 국익 차원에서 버려둘 수 없었다는 李사장은 자체적으로 경영평가를 실시, 직원 10명으로도 회사운영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금양의 18명 직원을 모두 받아들였다.

새 경영자 영입 후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 11월부터 금양은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로부터의 주문이 잇따라 두달동안 소방차 1백50대 등 모두 9백만달러어치의 주문을 확보했다.

1년만에 IMF를 졸업한 금양엔지니어링 직원들이 李사장을 위해 마련한 이날 보은의 송년회는 새 희망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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