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도 뛰나 …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중 2001년 64%, 지난달 3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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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전세시장은 주택시장 흐름의 바로미터다. 수급 상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전세는 매매시장에 앞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국적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어김없이 전세시장에서 먼저 낌새가 나타났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87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3.1%나 급등했다. 그해 매매값 상승률은 9.4%에 그쳤다. 그러나 이듬해인 88년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매매값이 20.0% 상승한 반면 전셋값은 13.3% 올랐다. 전 해에 오른 전셋값이 매매값을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99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6.7%나 뛰어올랐지만 매매값은 8.5% 올랐다. 전셋값이 뛰면 매매값이 뒤따라 오르는 현상은 2001년에 강하게 나타났다. 2001년 9월 서울 지역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4.4%였다. 98년 12월 47.8%였던 이 비율이 크게 올라가자 “전셋집 구하느라 고생하지 말고 대출받아 아예 집을 사자”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집값이 들썩거리면서 서울의 매매값이 2001년에는 19.3%, 2002년엔 30.5% 급등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우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2000년대 초보다 많이 떨어진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서울 아파트값 대비 전세가 비율은 38.9%로, 98년 이후 최저치다. 그만큼 최근 몇 년 동안 매매값이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셋값에 돈을 더 보태 집을 사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르므로 집값을 밀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변수는 재개발 사업에 따른 주택 멸실이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내년 서울시 내 멸실주택수가 4만여 가구인데 새로 지어지는 주택은 2만2500가구다. 재개발 사업 등으로 헐리는 집은 많은데 재건축 지연 등으로 신규 공급에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사장은 “공급 부족으로 2~3년 후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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