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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대선 투표소에 로켓포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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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두 번째 대선이 치러진 20일 재선에 도전하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수도 카불에서 투표하고 있다. [카불 로이터=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20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가 탈레반의 선거 방해 테러로 얼룩졌다. 차기 대통령과 34개 지방 의원 420명을 동시에 선출하는 이날 선거는 전국 6000여 개 투표소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됐다.

로이터 통신은 탈레반이 투표 개시 직후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 폭탄 테러를 가했다고 보도했다. 북부 파르야브에서는 탈레반이 로켓포를 발사해 군인 4명이 사망했고, 남부 칸다하르에서는 투표 개시 직전 투표소 인근에 여러 발의 폭탄이 떨어져 시민 4명이 크게 다쳤다.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지적돼 온 탈레반의 테러 위협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카불 동부의 경찰서 인근 건물에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 괴한 4명이 침입,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사건도 일어났다.

대선 전날인 19일 탈레반은 “투표소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할 것이며 손가락에 기표 잉크가 묻은 이들은 모두 죽이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투표소 주변 안전을 위해 아프간 군·경찰과 현지 주둔 외국군 병력 30만 명이 배치됐지만 역부족이었다.

탈레반의 위협은 투표율과 선거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도됐다. 당초 전국 7000곳에 투표소가 마련될 계획이었으나 안전 문제로 훨씬 못 미치는 6200여 개만이 운영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AP통신은 칸다하르 선관위 관리의 말을 인용, 투표율이 2004년 첫 대선 당시의 절반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특히 치안이 좋은 북부 지역에서는 투표율이 높았지만, 탈레반의 근거지인 남부의 투표율은 저조하다고 전했다. 이런 결과는 지지율 2위를 달리는 압둘라 전 외무장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 전 장관이 북부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타지크족 출신이기 때문이다. 현재 1위인 카르자이는 아프간 국민의 42%를 차지하는 파슈툰족 출신으로 이들은 주로 남동부 지역에 산다.

한편 카르자이가 재선을 위해 뇌물을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아프간 정부 관리들이 남부 파크티아, 동부 난가하르 지역 부족 원로들에게 1인당 최대 8000달러(약 1000만원)의 뇌물을 줬다고 보도했다. 선거 결과는 다음달 17일 발표된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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