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도 신춘중앙문예 총 1만7천여편 사상최대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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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IMF 1년여. 14일 마감된 99년도 신춘중앙문예에는 단편소설 8백95편등 총1만7천3백여편의 작품이 접수돼 신춘문예 사상 최대 응모량을 기록했다.

단편소설 응모량은 IMF 원년인 작년에 이미 전년의 6백여편에서 8백여편으로 증가했다.

94편이던 희곡은 1백25편으로, 48편이던 문학평론은 60편으로 30%전후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시 역시 응모자 3천2백여명, 응모작 1만5천7백50여편으로 작년의 기록을 앞질렀다.

시조는 응모자 1백33명으로 작년의 1백35명, 5백64편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양적 신장과 함께 두드러진 것은 2~30대 남성 응모자들의 급증세. 반면 90년대 중반 붐을 이뤘던 창작강좌 수강생 출신의 주부 응모자 그룹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만큼 급감했다.

소재면에서도 80년대 후일담 소설들은 말끔히 자취를 감춘 반면, 실직을 전후한 직장인의 심경.경제난을 계기로 심화된 가족간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 전면에 나섰다.

한동안 주춤했던 복고적인 정서의 작품도 크게 늘어난 추세. 갯마을, 농촌 읍네, 산사 (山寺) 등을 무대로 한 일군의 작품이 그것이다.

예심위원인 소설가 박상우씨는 "가장 큰 특징은 소재가 전례없이 다채롭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세기말을 의식한 환상물이나 SF물, 추리물 등이 있는가 하면, 조직폭력.매춘.마약.자해공갈 등의 범죄도 골고루 작품 소재로 등장했다.

반면 사랑을 주된 이야깃거리로 삼은 작품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단편소설 응모작은 탁월한 작품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대신 상당수가 문장력.이야기 전개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고른 실력을 드러냈다.

예심위원인 소설가 김형경씨는 "80%의 작품이 예심통과 고지 8부 능선까지 와있다" 는 말로 심사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시 응모작은 막대한 응모량만큼이나 천차만별. 예심위원인 시인 곽재구씨는 "3~40대 직장인들의 자기상실을 다룬 작품들이 전에 없이 많이 눈에 띄었다" 고 주목하면서도 "자기 얘기에 매몰돼 어둡고 자학적인 분위기만 강한 것이 안타깝다" 고 말했다.

곽시인은 "세상이 힘들수록 자유롭고 따뜻한 영혼을 기다리는 것이 독자의 마음" 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일대기를 소설로 형상화한 72세 할머니, 다시 18세로 돌아간다면 청바지차림에 오토바이를 몰아보리라는 바램을 시로 노래한 77세 할아버지, 자작시를 색색으로 적어보낸 초등학교 6학년생, 당선시 학교로 연락달라는 메모를 첨부한 중학생, 마감날 소인 찍힌 국제특송우편으로 응모에 성공한 뉴욕 교포, 공고가 나가자마자 작품을 보내온 상파울루 교포까지 총출동한 이번 신춘중앙문예 결과는 1999년 1월1일 본지 지면에 발표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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