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 유전자 특성 한국인과 닮아-8國 남성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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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흔히 동남아인들중에서 베트남인들이 가장 강하고 부지런하다고들 얘기한다. 수백년 동안의 외세 침략에도 굴하지 않았음을 들어 한민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강한 민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베트남인들이 유전적으로 한국인과 매우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돼 흥미를 끌고 있다.

단국대 생물학과 김욱(金彧). 충남대 생물학과 김영진(金英眞) 교수팀은 최근 중국. 몽골. 일본. 한국. 타이완(臺灣).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북아시아 8개국에서 8백여명의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이 베트남인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8개국 남자들의 입안에서 구강상피세포를 떼내 유전자 증폭기술로 Y염색체의 4가지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분석결과 한국인은 일본인보다는 중국인과 유전적인 거리가 더욱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베트남인과는 중국인보다 가깝지 않았지만 일본인보다는 유전적으로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연구팀이 이번 분석에 쓴 유전자는 'DXYS5Y' 'SRY456' 'DYS19' 'YAP' 등 남자들에게만 있는 유전자 4종이다. 이 유전자들의 특정 염기서열의 분포 빈도를 확인해 컴퓨터 통계작업을 거쳐 인종적인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몽골인과는 얼굴 생김새만 닮았을 뿐 인종적으로는 오히려 베트남인이나 일본인보다도 더 먼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의 유전적 거리는 중국인 - 베트남인 - 일본인 - 몽골인 순이라는 것.

김욱교수는 "하지만 일본인쪽에서 보면 중국인보다는 우리와 더욱 가깝기 때문에 일본의 조상의 상당수가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진출했다는 분석은 타당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 호라이 박사나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햄머박사 등도 견해를 함께 한다. 이들은 95년 일본인의 유전자 총합의 약 65%정도가 한반도에서 건너간 야요이족의 후손이라는 연구결과를 Y염색체 분석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96년에는 여성으로부터 여성에게로만 전달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아이누족.오키나와인 등 남방계 일본인을 제외한 북방계 일본인들이 2천3백여 년 전 일본에 온 야요이족 후손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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