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연말인사 배경]1급 30%이동등 9백여명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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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안기부는 지난 봄 전체인원의 10%가 넘는 9백여명에 대한 물갈이를 단행했다.

권영해 (權寧海) 전부장이 북풍과 관련, 구속되는 등 여야 정권교체의 거센 바람을 탄 만큼 구 (舊) 여권인맥에 대한 숙정의 성격이 강했고 30여개 가까운 1급 직위가 20개 정도로 축소되는 대규모 조직축소 작업도 병행됐다.

또 호남인맥의 약진과 함께 대구.경북, 부산.경남출신들의 퇴조가 두드러졌다.

당연히 조직적 반발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끊임없이 이어졌고, 안기부를 잘 아는 안팎의 '비판세력' 은 안기부의 행동을 제약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혀 왔다.

안기부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급작스레 대대적으로 이뤄짐으로써 빚어진 봄 인사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등 내년부터 국가정보원으로서 새출발하는 조직의 정비를 마무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이번주 있을 2.3급 인사 및 다음주에 이어질 4급 이하에 대한 인사도 그런 맥락에서 있으리라는 것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주 인사에서 부장 비서실장.감찰실장.정보대학원장.수사국장.총무국장 등 1급 대상자의 30%에 가까운 자리 이동이 있었지만 특별한 정치적 동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역적으로는 '무능력한 특정지역출신' 이 과감히 배제되는 등으로 전반적인 지역간 균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총풍수사 과정에서 고문당사자로 한나라당이 지목했던 수사국장 J씨의 비서실 발령은 정년을 앞둔 교통정리 차원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러나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이 지난 주 국회에서 "고문의혹 수사에 알맹이가 있다" 고 발언한 시점이 인사와 맞물림으로써 야당 일각에선 '뭔가 있는 것 아니냐' 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무튼 국가정보원으로 새로 태어나는 '안기부' 가 이같은 인사정비를 통해 도청.고문.정치공작 등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에서 탈피할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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