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일요스페셜'북한 기아실상 충격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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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장면1= 아이들이 쓰레기를 뒤진다. 구걸도 한다. 진흙 바닥에 떨어져 있는 국수와 옥수수알 등을 주워먹는다.

◇ 장면2= 굶주림에 시달리는 소년이 먹다 버린 게 껍질을 빨아먹는다. 그 옆에선 아랑곳하지 않고 인민군이 음식을 사먹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된다. 20일 밤10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KBS '일요스페셜'.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보여준 프로는 여러 번 있었으나 이번에는 북한주민이 직접 찍은 화면이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특히 말로만 전해졌던 북한의 암시장인 장마당, 그리고 '꽃제비' 로 불리는 부랑아들을 있는 그대로 노출해 충격을 준다.

북한 안내원 입회 없이 북한 내부를 본격적으로 포착하기는 이번이 처음. 비디오를 찍은 사람은 북한 출신 망명자 안철 (26.가명)씨. 안씨를 접촉한 일본 오사카의 '북한 민중구조 긴급 행동 네트워크' (RENK)가 촬영장비.자금을 부담하고 지난 10월에 안씨를 북한에 들여보내 촬영한 것이다.

안씨는 1백20명의 꽃제비가 수용된 북한 중부의 927 수용소에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영양실조로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소년, 시궁창에 흐르는 물을 떠먹으려는 소녀 등 북한의 기아실태는 심각하기만 하다.

북한의 암시장인 장마당도 나온다. 북한 정권이 식량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방편으로 눈감아 주고 있는 것. 공식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곡물과 공산품이 거래되고 있다. 북한에도 빈부격차의 문제가 발생했음을 일러준다.

장마당에 나온 청과물의 절도를 막으려고 쳐놓은 그물이 눈길을 끈다. 또한 많은 짐을 나르기 위해 수레꾼까지 등장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한국판 23일자에도 소개됐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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