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수의 버디잡기]화내는 빈도수와 핸디캡은 비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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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당신은 라운드하는 동안 몇번 화를 내는가.

18홀을 플레이하는 동안 화를 내는 빈도 수는 핸디캡과 비례한다.

화를 내는 빈도 수와 핸디캡의 비례에 관해서는 경기중인 톱프로들의 표정변화를 보면 쉽게 수긍이 갈 것이다.

톱프로들의 공통점은 표정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 골프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박세리의 라운드중 무표정은 미국 매스컴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미국 매스컴들은 전통적인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본인의 답은 경기에 몰입하다 보니 이것 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국내선수 가운데 통산 42승을 기록, 이 부문 신기록을 보유중인 최상호 역시 라운드중 표정변화가 없기로 유명하다.

OB를 냈건,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건 표정변화가 전혀 없다.

그래서 별명이 '포커페이스' 이기도 하다.

샘 스니드 (미국) 는 천재골퍼로 일컬어진다.

스니드는 미국 투어 사상 84승을 기록,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승수를 쌓았다.

그에게 골프를 잘 치는 비결을 묻자 "화를 내지 않는 것" 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니드가 처음부터 화를 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초창기에는 자기 골프에 만족하지 못하고 종종 화를 냈다고 고백했다.

요즘같은 코스 조건에서는 주말 골퍼들을 어이없게 만드는 일이 잦다.

아주 잘 맞은 볼이 엉뚱하게도 OB 구역으로 굴러들어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예상치 못한 미스를 범했다거나 불운이 찾아왔을 때 신경질적인 반응을 하다 보면 동반자에게 낙제점의 인간성만 보일 뿐이다.

골프가 재미있는 것은 그 내용이 불공평한데 있다.

티샷이 잘 맞으면 세컨드샷을 미스하는 게 주말 골퍼들의 골프다.

골프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변화무쌍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손흥수 안양베네스트GC 수석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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