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교육위서 야당과 연합 '63세 정년'통과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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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원정년 단축을 놓고 마찰과 대립을 거듭하던 2여 (與) 간에 기어코 사단이 벌어졌다.

자민련이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에 등을 돌려 한나라당과 손잡고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시도한 것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정책을 놓고 자주 대립하긴 했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공조가 깨진 것은 처음이다.

17일 오전 국회 교육위에선 한나라당이 자민련쪽에 "교원정년을 63세로 하자" 고 전격 제의했다.

한나라당의 당론은 65세 고수이지만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틈새에 들어가 자민련쪽에 추파를 던진 것이다.

교육위의 자민련.한나라당 간사인 김일주 (金日柱).이원복 (李源馥) 의원은 국민회의를 배제한 채 이 안에 전격 합의했다.

이어 회의가 시작되자 한나라당 소속인 함종한 (咸鍾漢) 위원장이 "교원정년을 63세로 하는 안을 상정해 표결처리하겠다" 고 선언했다.

당시 국민회의는 간사인 설훈 (薛勳) 의원과 정동영 (鄭東泳) 의원 등이 불참한 상태였다.

정희경 (鄭喜卿).박범진 (朴範珍) 의원은 자리에 있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만 봤다.

자민련 김현욱 (金顯煜) 의원도 자리에 없긴 했으나 표결을 할 경우 한나라당 7명과 자민련 2명으로 과반수인 9명 (교육위 총원은 16명) 이 된다.

'날치기 통과' 가 이뤄질 찰나였다.

그 순간 나타난 국민회의 薛의원이 "이럴 수가 있느냐" 고 격렬히 항의했다.

그러자 咸위원장은 슬그머니 정회를 선포했다.

결국 국민회의 한화갑 (韓和甲) 원내총무까지 달려와 자민련 의원들을 달래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가기는 했다.

한 국민회의 의원은 "김종필 (金鍾泌) 총리 말대로 자민련이 드디어 몽니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 를 부리기 시작했다" 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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