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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오늘 대선 … 카르자이 재선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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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선을 이틀 앞둔 18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도시 헤라트에서 이슬람 전통의상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이 대통령 선거 후보자 포스터가 붙어 있는 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헤라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이슬람 무장정파인 탈레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20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대선은 미국의 최대 외교안보 현안인 아프간 전쟁의 수행 파트너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이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아프간 정부의 자치·치안 능력을 키워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과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AP통신은 19일 “아프간전을 ‘필수 전쟁(war of necessity)’으로 명명한 오바마의 아프간 전략이 이번 대선을 통해 시험대에 올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선거 중립 입장=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재선 여부다.

2004년 당선됐던 카르자이는 여론조사 결과 2위인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파슈툰족 출신이어서 지지기반이 확실하고 현직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반수 득표에 실패할 경우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부패 문제가 카르자이의 재선을 방해하는 변수”라고 보도했다. 무능과 부패로 점철됐던 재임 중 실적이 걸림돌인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선 어떤 후보가 당선돼도 최악의 결과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두 후보 모두 정치력이 있기 때문에 미국은 차기 아프간 정부와 상호 협력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신 카르자이가 부정선거로 당선되거나 결선투표 과정에서의 극심한 정파 대립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탈레반이 반정부 분위기를 조성한 후 민심을 파고들어 새 정부의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17일 “아프간 당국이 신뢰성 있는 투표를 보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자체를 부정하는 탈레반은 투표소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16일 아프간 남부지역 곳곳에 뿌린 전단지에서 “존경하는 주민들은 우리 작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새로운 전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진정한 독립을 성취하기 위해선 투표소가 아니라 성전의 참호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에 친미 정권이 집권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시험대 오른 오바마=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오바마 정부 출범 후 전투병력 1만7000여 명, 훈련요원 4000명 등 2만1000여 명의 미군이 아프간에 추가로 배치됐지만 탈레반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세를 뒤집기 위해선 더 많은 병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2001년 탈레반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2200억 달러(276조원)를 쏟아부었고, 지금도 매달 4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지만 아프간 전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아프간 전쟁에 승부수를 띄운 오바마 행정부는 대규모 진압작전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치안 안정을 통해 탈레반과 민간인들을 분리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새로운 전략에선 치안을 담당할 아프간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프간 전쟁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최근 CNN 조사에 따르면 전쟁 지지율(41%)이 반대(54%)의견보다 낮았다. 따라서 아프간 대선 이후 조속히 전황을 반전시키지 못할 경우 오바마로선 큰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된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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