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주를 향한 우리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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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제 오후 5시로 예정됐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발사가 막판에 중지됐다. 나로우주센터는 발사 7분56초를 남긴 시점에서 발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기술적 결함을 찾아낸 뒤 발사 일정을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온 국민이 나로호가 하늘로 치솟지 못하고 발사대에서 멍하니 하얀 추진체를 배출하는 장면을 안타깝고 아쉬운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우주로 향한 꿈은 조금 더 접어둘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는 우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제 나로호는 7번이나 발사를 연기하게 됐다.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 지연과 발사대 부품 공급 차질, 1단 로켓의 연소시험 진통 등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어느 나라도 쉽게 우주로 가지 못했다. 전 세계 9개 스페이스 클럽(자국의 로켓으로 자국의 땅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한 나라들) 회원국 가운데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을 거둔 나라는 러시아·프랑스·이스라엘 등 3개국뿐이다. 세계적으로 최초 발사 성공률은 27.3%로 매우 낮다. 미국조차 첫 발사에 실패했고 일본은 4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브라질은 무려 3차례 연거푸 발사체가 폭발하는 아픔을 겪었다.

우주 발사체에는 자동차보다 30배나 많은 약 3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야말로 전기전자·기계·화학·신소재 등이 어우러진 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다. 어느 하나가 잘못돼도 처참한 결과를 낳는다. 우주 발사체를 쏠 때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이 나로호의 경우는 발사 실패가 아니라 말 그대로 성공적인 발사를 위한 일시적 중지일 뿐이다. 얼마 전 미국의 우주왕복선 인데버호도 기상 악화와 연료장치 이상으로 6번이나 막판에 발사를 연기했다. 우리는 그동안 카운트 다운 몇 초를 남겨두고도 문제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발사를 중지시키는 경우를 흔히 봐 왔다.

지금은 발사 중지에 실망하기보다 성공적 발사를 위해 만전을 기울일 때다. 우주로 향한 도전은 국민의 절대적 지지와 정부의 과감한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게도 언제든 실패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우주 강국의 공통점은 그런 숱한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에 나선 국민적 용기였다. 인도의 ‘인공위성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칼람 전 대통령도 “첫 발사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국민적 용기가 없었다면 인도의 우주개발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다시 한번 과학자와 기술진의 분투를 기대한다. 수년 동안 주말과 공휴일을 반납하고 가정도 버리다시피 하면서 나로호 개발에 매달려 온 주인공들이다. 이번 발사 중지에 누구보다 더 크게 실망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또 한번 힘을 내 주길 당부한다.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잠을 이겨내면 꿈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최후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결함들을 잡아내 성공적인 발사로 결실을 맺어주길 바란다. 나로호는 이제 단순한 우주 발사체가 아니다. 우리의 꿈이요 희망이다. 우주를 향한 우리의 꿈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