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 손실 감수하며 국제기준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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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택은행이 현행 회계기준으로 따질 경우 6백20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엄격한 국제기준을 적용, 4천5백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결산처리해 주목을 끌고 있다. 갖가지 편법을 동원, 이익 부풀리기에 바빴던 기존의 은행 회계처리 관행에 비춰볼 때 주택은행의 이번 결산은 예금자나 투자자들에게 은행 경영실태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새 출발하겠다는 파격적인 변모로 평가받고 있다.

주택은행은 16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경영전략 설명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올해 결산실적과 앞으로의 경영혁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주택은행은 현행 은행감독원 기준으로 결산할 경우 6백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됐다. 주택은행은 그러나 내년부터 은행이 대출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어야 하는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국제기준으로 조정되는데 맞춰 올해 결산도 국제기준을 적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태(金正泰) 주택은행장은 "JP 모건과의 분쟁 손실, 기아.아시아자동차 부채탕감 손실분 등을 올해 최대한 반영해 더 이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기반을 갖추고 클린뱅크로 거듭난다는 자신감에서 실시한 결산"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은행은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강력한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하고 투명경영을 정착시켜 3천4백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고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효과적인 자본확충을 위해 추진중인 ▶3억달러 외자유치 계획과 ▶경영내용 및 영업전략 완전공개 ▶성과급 연봉제 및 사업부제 도입▶2004년까지 자산수익률 1.5% 이상, 자기자본 수익률 20% 이상으로 국내 1위의 소매금융기관 달성 등 앞으로 추진할 과감한 경영전략도 발표했다.

주택은행은 직원수를 지난해말 1만2천1백76명에서 최근 8천5백20명으로 30% 감축한데 이어 사업부제 이행을 위한 미국식 부행장제를 도입하고 자본시장 운영을 위해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경영혁신을 단행해 왔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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