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베트남 방문]하노이 이틀째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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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 이틀째인 16일 오전에는 호치민 (胡志明) 전 국가주석의 묘소를 참배하는 등 베트남쪽 행사를 가졌으며, 오후엔 아세안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 아세안 회의 = 金대통령은 오후 하노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아세안과 한.중.일 정상 (9+3) 회의, 아세안과 한국의 정상 (9+1) 회의에 잇따라 참석, 경제협력 비전그룹 구성 등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상을 밝혔다.

9+1회의에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한국의 삼성그룹이 그동안 말레이시아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아무리 구조조정이라고 하지만 삼성의 계속적인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 고 언급.

이에 金대통령은 "경제상황이 호전되는대로 아세안 투자를 늘리도록 하겠다" 며 "내년 중반부터는 한국의 경제상황도 호전될 것" 이라고 화답.

◇ 호치민 묘소 참배 = 金대통령은 오전에 베트남 인민의 국부 (國父) 로 추앙받는 호치민 전 주석의 묘소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배. 金대통령은 호치민 묘소까지 승용차를 타고 와 묘소 관리소장의 영접을 받은 뒤 카펫을 따라 묘소 입구에 헌화. 그러나 호치민 시신이 유리관 속에 안치돼 있는 묘소 내부는 둘러보지 않았다.

◇ 공산당사 방문 = 金대통령은 이어 공산당사로 베트남 최고실력자 레 카 퓨 서기장을 방문, 양국의 정당.의회간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 金대통령의 공산당사 방문은 한국 대외관계의 금기 (禁忌) 를 또 하나 허문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지적. 金대통령은 북한의 개혁 개방에 베트남의 협조를 요청했고, 퓨 서기장은 "베트남은 북한과 전통적인 관계를 갖고 있어 베트남의 개방경험을 북한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고 말했다.

◇ 베트남 국가주석 주최 만찬 = 金대통령은 저녁 주석궁 대연회실에서 트란 둑 루옹 주석 내외가 주최한 만찬에 부인 이희호 (李姬鎬) 여사와 함께 참석.

金대통령은 만찬사 답사에서 "베트남은 우수한 인적 자원과 풍부한 자연 자원을 갖춘 가능성과 기회의 나라" 라 평가하고 '한강의 기적' 과 베트남의 '홍강의 기적' 간 협력을 다짐. 식민지배.국토 분단.동족상잔 등 양국의 공통된 시련를 거론한 金대통령은 "어떤 역경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우리 두 나라 국민 상호간에 '동지의 나라' 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 강조.

하노이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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