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실험 국내 성공…경희의료원 이보연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인간복제 실험이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경희의료원 불임클리닉 이보연 (李普淵) 교수팀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과립세포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체세포) 의 핵을 대신 이식해 얻은 복제 배아 (胚芽)가 4개의 세포로 분열하는 것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고 14일 발표했다.

李교수팀이 사용한 난자는 불임치료를 위해 이 병원에 온 30대 여성에게서 채취한 것. 비록 배아 단계지만 이를 여성의 자궁 내에 착상시키면 유전적으로 과립세포를 제공한 여성과 동일한 복제인간이 태어나게 된다.

이론적으로 과립세포 외에 다른 세포의 핵도 난자에 이식이 가능하며 이 경우 태어나는 복제인간은 핵을 제공한 개체와 동일한 생물학적 특성을 지닌다. 이번 실험에서 복제 배아는 관찰 후 바로 폐기됐지만 자궁에 착상해 아기로 태어났다면 과립세포를 제공한 여성과 똑같은 쌍둥이가 탄생한다.

정자가 없어도 자신의 몸 일부만 떼어내 난자에 이식하면 얼마든지 자신과 똑같은 개체가 탄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배아 단계에서 인간복제 실험에 성공한 것은 지난 12월 초 영국 에든버러대와 로슬린 연구소의 공동연구 성공발표에 이어 이번이 세계에서 두번째. 현재 영국에선 앞으로 태어날 모든 아기에 대해 배아 단계에서 성장을 멈춘 인간복제 키트를 만들어 원한다면 장기이식에 활용한다는 실험계획을 놓고 영국 정부가 허용 여부를 심사 중이다.

국내 기술에 의한 복제 배아의 탄생은 불임치료와 장기이식 분야의 발전을 앞당겼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인간 생명의 임의조작이란 측면에서 윤리적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李교수팀은 "이번 연구는 난자와 과립세포를 제공한 여성의 동의 아래 이뤄졌으며 실험대상 또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이뤄진 수정란이 아니고 자궁에 착상시키지 않았으므로 법적 하자가 없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명공학연구소 이경광 (李景廣) 박사는 "이미 국내 기술로 복제 소가 탄생해 인간 배아 복제는 연구자가 마음만 먹으면 가능했던 일" 이라며 "현재 국회에서 인간복제 금지법안을 마련 중인 점을 감안할 때 굳이 이 실험을 강행해야 했는지 의문" 이라고 지적했다.

황세희.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