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 산책] 황제의 월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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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이명박 대통령의 올 연봉은 2억863만1000원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 연봉은 40만 달러(4억9920만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연봉은 ‘대외비’다. 그렇다면 중국 황제도 월급을 받았을까.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고, 땅 위의 사람 중 왕의 신하가 아닌 사람이 없다(普天之下, 莫非王土, 率土之濱, 莫非王臣)”는 『시경(詩經)』의 한 구절처럼 ‘천하의 오너’임을 자임했던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월급을 받았다.

황제의 월급은 ‘호용(好用)’으로 불렸다. 송(宋) 나라 예를 들면 태종 조광의(趙匡義) 이래로 거의 모든 황제가 매달 1200관(貫)의 ‘호용’을 받았다. 1관은 동전 한 꾸러미, 즉 1000문(文)으로 황금 5g의 가치가 있었다. 현재 금시세(3.75g 한 돈은 17만3000원)로 환산하면 1관은 약 23만원이므로 송나라 황제는 2억7600만원 상당의 월급을 받은 셈이다. 연봉으로 치면 33억1200만원이다.

송대 황제들이 지급받는 급여는 황궁의 금고인 좌장고(左藏庫)에서 나왔다. 좌장고는 천하의 재물과 세금을 관리하는 삼사(三司)의 하부기관이었다. 제국의 재정은 소금·철·차·술의 전매, 탁지(度支, 재무관청)의 잉여 자금, 호부(戶部)의 세금, 황실 장원의 임대료, 지방장관의 진공(進貢) 등으로 채워졌다. 좌장고는 그 가운데 진공품·전매수익 등을 관리하며 황궁 재정과 태자·공주의 생활비, 황제 급여 등을 맡았다. 하지만 일반 전매수익은 정부재정에 속해 궁정재정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좌장고는 대신 토지라는 막강한 전매품을 활용했다. 궁정의 권한을 위임받아 도성 안의 국유 토지를 임대해 주거나 개발 후 재임대해 거액의 임차료를 받았다. 이를 전담하는 기구인 누점무(樓店務)는 청(淸)대까지 이어졌다.

명군으로 이름난 중국의 황제들은 모두 “세금을 늘려 거두지 않는다(無增賦斂)”는 칭송을 받았다. 대신 토지를 빼앗아 국유지라고 선언한 뒤 임대 사업을 펼쳐 황실 재정을 충당했다. 황제들에게 ‘왕토사상(王土思想)’은 참으로 요긴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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