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중위 죽음 개입의혹 김중사 베일에 싸인 신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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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훈 (金勳) 중위 죽음에 개입한 의혹에 올라 있는 김영훈 (金榮勳.28) 중사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 내 임무는 무엇일까. 현재까지의 조사로 金중사는 북한군과 자주 접촉, 적과 내통한 혐의를 받는 경비소대 부소대장이다.

그러나 金중사가 우리 군이 전략적으로 투입한 '특수요원' 이 아니냐는 의혹이 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金중사는 특전사 출신이다.

6년6개월 동안 사격.폭파.무술 등 각종 군사훈련과정을 이수한 정예요원. 金중사가 97년 3월 JSA 경비부대에 배치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관계자의 대체적 지적이다.

군사 정전 (停戰) 협정은 이 지역에 관한 한 유엔사와 북한측 모두 경비병만 둘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특수요원으로 양성된 金중사는 단순 경비요원으로 활용하기에는 아까운 인물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비병들만으로는 이 지역의 대북 첩보수집활동 등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우리 군이 대북 역공작요원 차원에서 金중사를 '투입'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실제로 기무사가 지난 2월 변용관 상위의 귀순 직후 이 지역에 기무사 요원 상주를 유엔사측에 곧바로 요청했다는 점. 변상위의 증언으로 대남 (對南) 심리전부대인 북한군 적공과 (敵攻課) 의 실체가 드러났다.

현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대한 지휘통제권은 유엔사측에 있어 우리측 기무사요원의 진입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군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북한 심리전 요원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우리 군이 변상위의 진술을 계기로 유엔사측에 우리 요원의 투입을 적극 요청했을 것" 이라고 해석한다.

군당국이 金중위 사망사건 이후 金중사에게 취한 인사조치도 석연치 않다.

金중사는 올해 8월 소대장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미8군 산하 용산 18의무사령부 행정관으로 전격 보직됐다.

카투사 의무병을 관리하는 노른자위 보직에 그것도 의무사령부 창립이래 가장 어린 나이에 임명된 것이다.

이와 관련, 두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나는 그동안의 '특수활동' 공로에 대한 배려의혹이고, 또 하나는 金중위 사망사건과의 연관성이 불거져 '특수신분' 이 들통날 것을 우려한 일종의 신분 은닉조치 가능성이다.

그래서 "金대위가 金중사에게 부여된 모종의 임무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金중사는 金대위보다 훨씬 윗선의 지시에 따라 활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당시 중대장이던 김익현 (金益賢) 대위는 11일 "金중사의 북한군 접촉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아는 한 대북 심리전 요원은 없다" 며 이러한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金대위가 金중사에게 부여된 모종의 임무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金중사는 金대위보다 훨씬 윗선의 지시에 따라 활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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