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인원·임금삭감등 거품제거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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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IMF 이후 사회 전체가 지각 변동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방송3사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방만한 경영 속에서도 과점체제로 인해 매년 수백억원 이상의 흑자를 올려온 방송3사는 올들어 광고 수입이 급감하면서 군살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거기에 사회 전반에 걸쳐 거품 경영을 질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방송사들도 외부 시선의 압박을 받아왔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을 시작한 곳은 MBC.지난 3월 7부문을 4본부 1실로 축소하고 지난해 말부터 명예퇴직을 통해 본사 21%, 관계회사 29%의 인력을 감축했다.

상여금을 삭감하고 제작비를 줄이는 등의 조치도 취했다.

직원 정년을 단축하고, 연봉제와 직급 정년제를 도입하는 등의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곧 가시화할 방침이다.

아시안 게임.올림픽 당시의 대규모 채용으로 인한 차장급 인력 과잉현상을 해소하고 지방사를 통폐합하는 문제도 내년 봄까지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SBS도 창사 이래 최대의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달 보도영상.기술 분야와 미술.제작영상 분야를 독립회사로 분사 (分社) 했다.

인원.급여 삭감은 하지 않는 대신 전사원을 대상으로 성과급제도를 도입하고 본부별 경영평가를 추진하는 등 사내 경쟁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KBS 역시 이달초 구조조정안을 발표, 3년 동안 인원을 25% 감축하고 급여 삭감.정년 축소 등의 방침을 밝혔다.

방송사들의 이같은 변화는 일단 거품의 상당부분이 제거되고, 내부 경쟁 시스템을 통한 방송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구조조정이 인원과 예산의 삭감 수치에만 치중하는 인상이어서, 구조의 획기적인 개편을 통한 방송산업 발전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오락프로에서 스타 시스템 탈피를 통한 제작비 경감이나 외주 비율 확대에 따른 구조 개편 계획이 미흡한 점 등이다.

또한 MBC와 KBS의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 합의가 완결된 상태가 아니어서 협상 과정의 난항도 예상된다.

KBS의 자체 구조조정안이 정부의 기대수준에 미칠지도 변수. 만약 정부가 직접 나서게 될 경우 방송사들은 의외로 큰 폭의 변화를 겪을 것 같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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