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연구생들 프로입단대회서 단연 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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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올해의 마지막 프로입단 대회도 연구생 잔치로 끝났다.

입단 티켓은 두장. 예선의 관문을 뚫고 본선에 도착한 강자들은 12명. 대회 마지막 날인 3일, 한국기원 연구생 박병규군이 마지막 대국에 승리해 8승3패의 전적으로 힘겹게 1위가 확정됐다.

그러나 2위는 연구생 박승철군과 한문덕 아마5단이 7승4패로 동률. 재대결 끝에 박승철군이 간신히 지옥문을 통과했다.

이것으로 올해 8장의 입단 티켓중 7장을 연구생들이 독식했다.

나머지 1장은 가을 여류대회에서 대만의 장정핑 (張正平) 이 차지했으니 일반 아마강자들은 단 1명도 프로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입단대회는 1년에 5번 치러진다.

여류 입단대회가 춘추로 2번, 일반인 입단대회 2번, 그리고 한국기원 연구생들만 참가하는 대회가 1번. 이번에 마지막으로 열린 제82회 일반인 입단대회는 바둑만 강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대회다.

그러나 직장인들도 참가하는 보통의 아마대회와는 달리 바둑이 진짜 강한 세미프로들만 주로 참가한다.

지난달 시작된 한국기원의 예선전엔 지역예선을 통과한 44명과 전국대회 우승자 등 48명의 아마추어 맹주들이 참가했다.

올해 세계아마대회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컵을 차지했던 김찬우 아마7단을 위시해 14세의 나이로 3개 아마대회를 석권했던 박영훈 아마7단, 국내 최대의 지송배 우승자인 김동섭 아마7단 등 기라성같은 강자들이 다 모여들었다.

여기에 연구생 10명이 가세했다.

오직 프로를 지망하며 다른 대회는 일절 참가하지 않고 프로들의 전문적인 지도를 받고 있는 한국기원의 연구생은 약 1백명. 그중 입단대회에 참가할 정도의 실력자는 30여명. 이들중 최정예 10명이 일반 강자들과 뒤섞여 싸운 결과 12명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그중 8명이 연구생이었고 아마강자는 4명뿐이었다.

대진표에서 보면 한문덕 (아마5단).이학용 (아마7단).김정우 (아마7단).박영훈 (아마7단) 등 4명 외에 나머지는 모두 연구생이었다.

세계대회 우승자도 예선에서 탈락해버린 것이다.

같은 연구생이라도 소속에 따라 도장의 응원전이 치열했다.

송태곤.김상준은 강북의 명문 허장회 도장, 최민식.박승철은 강남의 명문 권갑룡 도장, 유경민.유재성은 신흥 김원 도장 소속이었다.

박병규는 장수영9단의 문하였다.

지난달 28일부터 하루 2판씩 대국이 이어졌다.

대구의 아마강자 이학용과 명지대 바둑교수 김정우가 약간 밀렸을 뿐 나머지 10명은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치열한 혼전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박영훈이 2일의 패배를 고비로 탈락했고 결국 박병규 (16) 와 박승철 (17) 이 입단의 영광을 안았다.

프로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려서 프로가 될수록 유리하다.

조훈현은 9살, 이창호는 11살때 프로가 됐다.

서봉수.유창혁도 전문교육은 받지않았지만 18살때 프로가 됐다.

한국기원은 18살이 넘어도 프로가 되지 못하는 연구생은 자격을 박탈한다.

18살은 커트라인인 셈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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