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벨 눌러 인터폰 화면 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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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관 살해범 이학만씨 검거과정에서 경찰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은밀하게 현장을 덮쳐야 할 경찰이 이씨가 있던 신고자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등 상식에 어긋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6시37분쯤 112 신고를 한 박모씨의 아들 신모씨는 경찰에 "어머니와 여동생의 아기가 있다. 피해가 가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이에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조용히 경찰관을 보내서 주위를 에워싸고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박씨의 집 초인종을 먼저 눌렀다. 인터폰 화면에 뜬 경찰 모습에 놀란 박씨는 외손자와 함께 목욕탕으로 들어가 문을 안쪽에서 잠갔다. 흉기를 들고 있던 이씨가 해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때 이씨는 "아줌마, 그러면 나 죽어요"라고 괴성을 지르면서 목욕탕 문을 열려고 했다. 박씨는 공포에 휩싸인 채 외손자를 꼭 안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경찰에 자수하라"며 이씨를 설득했다. 목욕탕 문을 열지 못한 이씨는 안방으로 가 자해를 했다. 신씨는 "어머니가 목욕탕에 숨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큰일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초인종에 반응이 없자 베란다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안방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던 이씨를 붙잡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위험한 순간이긴 했지만 현장에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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