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임원 자리 박차고 5급 공무원 된 ‘현대판 문익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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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유수 외국계 기업의 임원 자리를 박차고 5급 공무원이 됐다. 그 결과 연봉은 3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마음은 가뿐하다고 했다. 올 6월 농촌진흥청에 연구관으로 합류한 신종수(41·사진) 박사 얘기다.

고려대 박사(식물육종학) 출신인 그는 다국적 종자기업 세미니스의 한국 지사 등에서 일하다 2007년 4월 세계 최대 종자 회사인 미국 몬산토 본사로 옮겨 마케팅 담당 임원이 됐다. 그는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우수한 한국 농산품을 갖고 세계 시장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밝힐 수는 없지만, 다국적 기업 임원으로 일하면서 가끔은 국익을 해치는 일도 해야 해 마음이 무거웠다”고도 했다. 마침 올 4월 농진청에서 농업 기술·마케팅 전문가를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농진청은 신 박사가 외국계 기업으로 옮기기 전인 1993~2000년 일했던 첫 직장. 여기에는 1200명의 농산물 재배·생태 전문 연구 인력들이 있어 이들의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합치면 세계 시장에서 통할 농산품·식품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6월에 농진청행을 택했다.

신 박사는 “한국의 깨끗한 화산 암반수와 유기농 콩을 결합한 두유 같은 상품을 개발하고, 다국적 기업에서 얻은 마케팅 노하우를 더해 세계 시장을 공략해 보겠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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