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납골당 … '별거 다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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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게임방.근로자 파견업.납골당.폐기물 처리업.복권발행 서비스…'.

벤처의 요람으로 통하는 코스닥시장의 등록 기업들이 불황 탈출을 위해 새로 벌이는 사업들이다. 예전에 경기가 좋았을 때는 코스닥 기업들이 뭉치로 들어온 여유자금을 활용하기 위해 부동산 임대업 같은 사업을 부업 삼아 시작한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 이들 기업이 하겠다는 사업은 그렇게 한가한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돈 되는 것이면 뭐든 하겠다는 몸부림에 가깝다.

8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25%인 215개 회사가 501건(평균 2.3건)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시장 이동림 공시서비스팀장은 "사업 목적을 추가한 회사의 54%가 정보기술(IT) 업종의 기업"이라며 "IT 기업들이 사업구조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IT 산업의 침체가 길어지고 수익이 급격히 떨어지자 살아남기 위해 업종 다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보안관리시스템 업체인 씨큐리콥과 고속 데이터 전송장비를 만드는 웰링크, 여성 의류를 만드는 오브제는 음식점 또는 음식점 프랜차이즈를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삼보정보통신과 그래픽카드 업체인 슈마일렉트론은 게임방(PC방)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으며, 금융과 병원 분야의 시스템 통합회사인 ICM은 근로자 파견업이라는 신천지를 개척하겠다고 공시했다.

또 자기(磁氣)카드를 만드는 에이엠에스는 추모공원(납골묘) 건립을, 농기계 주문 제품 및 상용차의 실린더 헤드를 만드는 대동금속은 폐기물 처리업을, 엠앤피앤은 전자복권 및 복권발행 서비스를 신규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과거 코스닥이 호황이었던 2000~2001년에는 보유한 현금을 주체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투자를 분산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벌인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경기가 워낙 나쁘다 보니 전공이 아닌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기업들이 본업에서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한 주가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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