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가 겨눈 총격의혹…연말정국 급속냉각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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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 여야 총재회담 후 잦아든 줄 알았던 총풍 불꽃이 다시 타오르면서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다.

당장 2일까지로 일정이 잡힌 새해 예산안 처리와 경제청문회 협상에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연말정국이 급속히 얼어붙는 양상이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 소환얘기까지 덮친 한나라당은 극도로 격앙된 분위기다.

사안의 성격을 '정치현안 돌파와 정계개편을 앞둔 여권의 야당 목죄기' 로 규정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李총재는 "이렇게 증거를 만들면 안당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안기부의 몇달간 수사에서 안나왔고, 총재회담에서 대통령도 (나의) 무관함을 밝혔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는가" 라며 분개한다.

李총재는 그러나 이번 사안과 예산안 등 현안과의 연계여부에 대해선 "그러지 않을 것" 이라고 했다.

자칫 "나라살림은 생각도 않는다" 는 식의 여당 '공작' 에 말려드는 사태를 경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한마디로 "대화는 끊어졌다" 는 얘기다.

박희태 (朴熺太) 총무도 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2일까지 어려울 것" 이라고 보고했다.

당내 정보.분석통들은 "여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는 18일 이후 李총재 소환설이 흘러나왔다" 면서 "이어 세풍 (稅風) 으로 또한방 결정타를 먹인다는 시나리오가 있다" 고 주장했다.

강력대응을 주문하는 내용이다.

물론 비주류는 다르다.

무반응이다.

'TK푸대접론' 을 펴며 반기를 든 김윤환 (金潤煥) 전 부총재나 이한동 (李漢東) 전 부총재 모두 무표정과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한 측근은 " (李총재가) 단단히 발목을 잡힌 것 같다" 고 말했다.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반응이다.

이런 어수선함 속에 李총재측은 우선 한성기씨의 진술내용 자체가 조작에 의한 것임을 부각시키느라 진술에 포함된 정황들에 대한 허구성을 하나하나 예시했다.

"보고서를 전달했다는 유세차량엔 소속의원.당직자만 탑승할 수 있었다" 등. 여권의 표정은 여러 갈래다.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모두 "지켜보겠다" 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가운데 "검찰이 눈치없이 엉뚱한 때 사건을 터뜨렸다" 와, "李총재가 잘 걸려들었다" 는 반응 등으로 엇갈린다.

검찰을 탓하는 측은 예산안.경제청문회 등 현안처리가 임박한 상태에서 무슨 짓이냐는 것이지만 이런게 주조는 아니다.

李총재의 관련 혐의가 확실하다면 원칙대로 준엄하게 처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점 등을 감안하면 검찰쪽의 얘기가 우연히 터져 나온 것만은 아닌 듯 싶다.

김석현.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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