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기씨,이총재에 북접촉 서면보고'총격요청 첫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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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한성기 (韓成基.39) 씨가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나 무력시위 등을 협의한 사실을 사전.사후 두차례에 걸쳐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서면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韓씨는 또 베이징 체류기간 중 李총재의 동생 회성 (會晟) 씨와 진로그룹 장진호 (張震浩) 회장에게 국제전화로 각각 두차례와 여덟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30일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 (재판장 金澤秀부장판사) 심리로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이 사건 첫 공판 검찰 신문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韓씨는 출국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9일 부산 구포에서 대선 유세중인 李총재의 유세차량에서 수행비서를 통해 베이징 방문과 북한당국자 접촉계획이 담긴 '특단카드 협상 정보보고서' 란 제목의 보고서를 건네주었다.

이 보고서에는 "李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통일전선부 최고책임자를 만나 김순권 (金順權) 박사의 방북 대신 북한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제시하고 16일과 17일 사이에 행동으로 옮기도록 할 것" 이란 내용이 담겨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韓씨는 또 중국을 다녀온 뒤인 15일 李후보의 자택 앞에서 "북한에서도 황해도 출신인 李후보의 당선을 바라고 있었다.

만나서 나눈 대화내용을 모두 글로 옮기지 못하지만 나중에 별도로 말씀드리겠다" 고 적힌 서신을 운전기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韓씨 집에서 이들 보고서를 저장한 컴퓨터 파일을 압수했으며 이를 출력한 사본을 증거물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韓씨가 베이징에 가기 전에 북한카드 협상관련 보고서를 李총재에게 전달했다는 진술과 관련, "한마디로 사실 무근" 이라고 반박했다.

李총재측은 "유세차량에 있던 李후보 수행비서에게 '모든 가능한 수단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청하겠다' 고 진술했다는 내용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가는 대목" 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세차량에 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었고 유세차량에 타는 당직자 이름까지 적시해 있었기 때문에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사는 전혀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면서 "당시 유세차량에 타고 있던 수행비서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고 해명했다.

예영준.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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