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모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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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빙
원제 Ich Mobbe Gern!
알렉산더 피어 지음, 이미옥 옮김, 294쪽, 1만1000원

당신의 인생 목표가 상생과 평화, 사랑과 나눔이라면 이 책을 덮어도 좋겠다. 무한경쟁의 정글에서 ‘강한 자’로 남고 싶다면 침대 옆에 두고 읽을 만하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패자가 아닌 승자를 추구한다면 참고할 대목이 많다.

그런데 생각을 돌려보자. 평화를 이루는 데도 전술이 필요하다. 상생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다. 노력이 따르지 않는 사랑도 있을 수 없다.

『모빙』은 삶의 기술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에는 부동산 투자법, 금융재산 불리기, 외국어 능력 증진 등의 실용적 정보는 없다. 그런 ‘자잘한 지식’은 이 책의 관심사가 아니다. 삶의 최종적 성공에 이르는 ‘커다란 전략’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키워드는 책 제목으로 쓰인 모빙이다. 영어로 모빙(Mobbing)은 ‘집단에서 제외하다’‘이간질시키다’‘자르다’‘경쟁하다’ 등을 종합한 단어다. 교활·간계·책략 등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책에선 보다 적극적 의미로 쓰인다. 목표를 정확하게 겨냥해 공격하라고 충고한다. 인간의 근본적 성품인 이기심을 결코 부인하지 말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단한 모빙이 성공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것이다.

저자는 모빙을 ‘편안한 삶을 위한 일종의 구구단’‘행복한 삶을 위한 자연스러운 전략’‘합리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세련된 행위’ 등으로 정의한다. 좀 과장하면, 대책 없는 도덕군자보다 여우 같은 기업가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크다는 입장이다. 다만 눈 앞의 작은 이익만 탐하고, 음모와 모략을 일삼는 ‘사이비 모빙’‘엉터리 모빙’은 경계 대상이다.

책에 따르면 역사상의 위인은 대부분 ‘모빙의 대가’다. 예컨대 성경의 아담과 이브가 그랬다. 이브는 아담에게 금단의 과일을 먹도록 유혹해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지만, 이후 아담을 집 밖으로 내보내고 자신은 자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20세기 평화의 사도였던 마하트마 간디도 예외가 아니다. 간디는 ‘비폭력’‘무저항’이란 단순한 수단으로 상대(영국 제국)를 교란시켰다. 게임의 법칙을 180도 돌려놓은 대표적 사례다. 겉으론 인간 평등과 계급 철폐를 외쳤던 마르크스도 속으론 부유한 친구였던 엥겔스를 ‘모빙해’ 후원금을 꾸준히 얻어냈다. ‘꿈보다 해몽’ 같은 해석이긴 해도 인간의 이기적 측면을 바로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가족·직장·단체 등에서 남을 이기고 출세하는 전술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적을 끌어안아라’‘라이벌의 충성심에 상처를 내라’‘다른 동료와 연대하라’ 등 마키아벨리적 지혜가 가득하다. ‘남의 불행에 즐거워하는 인간의 악랄함’을 인정하고 활용하라는 것. 솔직한 것 같지만 사람에 따라 불쾌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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