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포트]8조빚 지하철 그냥 달리게 할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빚투성이 지하철 더이상 안된다' . 건설도 빚, 운영도 빚인 지하철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3기 지하철의 내년 국가지원비가 삭감됐는가 하면, 대전시의회는 시 예산을 삭감할 움직임을 보인다.

대전의 한 시민단체는 "지하철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자" 며 서명작업을 할 계획이다.

시의회는 대전시가 마련해야 할 내년 국가지원비 8백8억원에 상응하는 자체 예산을 "긴축예산이 불가피하고, 효과도 없으며 (2005년 수송분담률 4.7%) , 완공된다 해도 적자운영이 불보듯 뻔한 지하철 건설에 쓸 수 없다" 며 제동을 건 것이다.

대전시는 지난해에도 시비 5백50억원을 조달하지 못해 공사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다른 도시들도 사정은 비슷해 건설비를 마련할 뾰족한 방법도 없으면서 지하철에 매달린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현재 6대 광역시의 지하철 관련 총부채는 8조5천억원. 그런데도 6대 광역시는 2002년까지 2백17.2㎞, 2005년까지 1백66.7㎞를 추가 건설해 지하철 총연장을 현재의 2.5배인 6백62.4㎞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지하철 부채는 총 5조9백44억원. 공채발행으로 근근이 운영하지만 최근엔 봉급 등 경상비용까지 차입해야 할 정도로 경영여건이 악화된 상태다.

2기 지하철 추진도 버거운 서울시가 9호선.3호선 연장구간을 내년에 착공하려 하자 예산당국이 국가지원비 삭감으로 제동을 건 상태다.

그러나 서울시는 "경전철을 놓겠다,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는 등 내년 추경예산에 반영해 추진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부산은 더 심각하다.

부산교통공단은 32.5㎞를 운영하며 88년 8천억원이던 빚을 10년 만에 2조원이 넘게 불렸다.

부산시는 1호선 개통 당시 부채 8천6백89억원을 중앙정부에 넘겼고, 다른 도시는 70%를 부담하는 건설비를 22%만 부담하는 등 특혜를 누렸으며 운영비도 6천억원이나 국가지원을 받았다.

그런데도 빚투성이가 된 것이다.

정부는 최근 타도시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부산지하철을 부산시에 되넘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부채의 33.6%를 부산시가, 나머지를 정부가 떠맡는 방안을 올 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인데 부산시는 '33.6% 부채 = 재정파탄' 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1백2㎞를 더 놓을 계획이다.

대부분 도시에서 지하철은 이처럼 국가지원금을 빼면 빚 잔치를 벌이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30%였던 지원금을 50%로 늘려 내년엔 1조원이 넘게 지원한다.

이 경우 광역시는 같은 규모의 자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을 제외한 5대 광역시의 98~2002년 중 전체 가용재원 규모는 11조5천억원 수준. 지하철 건설에는 2조5천억원, 즉 가용재원의 22%를 써야 한다.

지하철은 완공되면 다음엔 운영이 문제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지하철 1㎞당 수송실적은 1호선이 6만7천여명, 2호선이 그 절반인 3만여명, 3호선이 2만여명이며 2기 지하철은 이에 훨씬 못미치는 평균 9천명에 불과하다.

요금수입이 경상비용도 안돼 계속 빚을 늘려야 한다.

부산지하철도 승객수요가 당초 예측치에 훨씬 못미친다.

정부는 내년 부산지하철 1호선 운영비로 1천4백19억원, 대구지하철에 2백39억원, 인천지하철에 2백87억원을 계상했다.

중앙정부가 광역시 지하철운영을 떠맡은 셈이다.

음성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