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도와준 대가 뭐냐”푸대접에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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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허주 (虛舟.金潤煥 전 부총재 아호) 의 부총재직 거부 파문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지난 8월 총재경선까지 이회창 총재의 절대적 후원자였던 그의 일탈 행보가 결별로까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일부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여권과 사법처리 유보를 담보로 한 모종의 딜이 있었다" 는 설까지 나온다.

26일 전국위에도 그의 측근 몇몇만 모습을 나타냈을 뿐 허주 본인은 감기를 이유로 자택에 머물렀다.

李총재 및 허주측은 각각 "두 사람간 알력은 없다" "당 발전을 위한 백의종군" 등으로 해명한다.

허주 스스로도 "내가 어디로 가겠노" 라며 탈당설을 부인했다.

그래서 당내에선 허주의 말처럼 소속 정파까지 달리하지는 않더라도 "둘 사이의 정치적 연대는 이로써 깨졌다" 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부총재단에 허주 계보로 대구.경북 (TK) 지역 의원들은 한명도 끼지 않았는데 "단순한 감정대립 이상의 결과" 라는 것이다.

李총재에 대한 허주 쪽 인사들의 반감과 불신은 이미 세풍.총풍사건이 터지기 시작한 두달 전쯤부터 싹텄다.

사태 대응방식에 허주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는 등 소외 분위기가 지속됐다는 것. 허주는 李총재에 대한 헌신의 대가로 오히려 사정 (司正) 의 표적이 됐다는 피해의식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李총재가 청와대 총재회담에서 자신의 안전에 대한 아무런 담보도 얻어내지 못했고 '2인자 보장' 약속도 깼다고 비난한다.

깊어진 골을 메울 결정적 계기가 없는 한 허주측의 '비협조적 방관' 은 상당 기간 계속되고, 그러다 등을 완전히 돌리는 또다른 행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들이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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