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해치상 자리, 하나는 어디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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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문을 연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해치상이 있던 자리’라고 써놓은 바닥 표식이 있다. 해치상(예전에는 ‘해태’로 불렸다)은 광화문 앞 100m 지점 좌우에 하나씩 놓여 있었던 것을 일제가 훼손했고, 해방 후엔 광화문 양 옆에 세워놓았다. 광화문 복원 작업을 하면서 지금은 가림막 뒤로 옮겨져 있다.

그렇다면 해치상 표식은 2개여야 하는데 광화문 광장 표식은 하나뿐이다. 나머지 하나는 어디에 있을까?

광화문 해태상. 해태상이 만들어진 조선시대에는 표석 자리에 있었으나 지금은 광화문 복원 작업장 양 옆에 놓여 있다.

다른 하나의 위치는 정부중앙청사 앞 교통섬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광화문 광장과 정부종합청사 사이 횡단보도에 있는 교통섬 자리라는 얘기다.

지난해 서울의 상징을 ‘해치’로 정한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 개장 때 해치상을 본래 있던 터에 갖다 놓고 오세훈 시장이 광화문 광장 완공 테이프 커팅식을 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반대했다. 해치상은 경복궁을 관리하는 문화재청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동의가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

문화재청은 좌우 해치상이 놓여질 자리가 차도로 단절된 점과 차량 충돌에 따른 훼손 가능성을 우려했다.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 하선웅 사무관은 “해태상 하나는 교통섬에 갖다 놓고 다른 하나는 광화문 광장에 갖다 놓으면 경관상 좋지 않다. 또 차량과 충돌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정부가 세종로 일대를 ‘국가상징거리’로 조성한 뒤 해치상을 원래 자리에 갖다 놓을 계획이다. 하 사무관은 “국가상징거리가 조성되면 세종로 일대에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보행자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광화문과 광화문 앞 월대도 복원된다. 그때 해태상도 원래 위치에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가상징거리가 조성되는 2012년께 해치상도 제자리를 찾을 전망이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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