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독서 고수]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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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 책은 언뜻 보기에 매력이 없다. 표지디자인도 눈에 띄지 않고 심지어 350쪽에 달할 만큼 두껍다. 더구나 예술가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거리감까지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대학 다니는 딸아이가 지난 학기 내내 아침마다 무언가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교재로 썼다는 이 책은 12주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아이티스트 웨이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모닝페이퍼 쓰기’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권한다. 모닝페이퍼는 매일 아침 마음 가는 대로 글쓰기이고, 아티스트 데이트는 가벼운 산책이나 전시회 관람, 영화감상, 음악 감상, 그것도 안되면 단 십분간의 명상도 좋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기’다. 그러자면 자신을 자꾸 돌아보고 능력을 의심하지 말고 주변의 방해요소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이 두 가지 행위는 억압받고 주눅들어 잔뜩 웅크리고 있는 우리의 창의성을 되살리기 위한 첫 단계 과제다. 굳이 예술창작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타고난 창의성을 되살려보자는 것이다. 보다 더 의미 있고 행복한 능동적 삶을 위해서. 모닝 페이퍼는 글쓰기를 통한 마음의 상처치유가 목적이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나는 차라리 제목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자신에게 작은 위안과 휴식을 줘라』 아니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또는 『우리 안에 살고 있는 어린 예술가를 잘 보살펴라』. ‘어린 예술가’는 우리의 억눌린 욕망을 상징한다고 보아도 좋다. 욕망보다는 어쩌면 열정 혹은 창의성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그동안 주인의 무관심 속에 주눅 들어 숨죽이고 있던 어린 예술가에게 활기를 되살려주기 위해 실천해야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이고 모자란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줬다. 살아가는 데 때로는 그때그때 감사하는 마음을 상기시키고 마음을 위로해주는 진통제도 필요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가능한 치료가 더 우선이다. 내 안에 잠재해 있는 예술가를 끌어내는 일도 그 중의 하나다.

용경식<53· 번역가·서울반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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