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22. 필사의 적진 탈출 작전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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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5종은 전쟁에서 적에게 사로잡힌 병사가 탈출하는 과정을 경기화한 것이다. 적의 말을 뺏어 타고(승마), 칼을 휘두르고(펜싱), 총을 쏘고(사격), 강을 건너고(수영), 산을 넘어(육상) 아군 진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은 "근대 5종 선수야말로 진정한 스포츠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BC 708년부터 실시했던 고대 5종(멀리뛰기.원반던지기.200m 달리기.창던지기.레슬링)을 시대에 맞게 종목을 바꿔 근대 5종으로 부활시켰다. 근대 5종은 1912년 스톡홀름 대회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종목이다.

근대 5종은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는 실업선수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다섯개 종목을 하려다 보니 시설과 장비 등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담없고 하기 쉬운 종목부터 시작해 점점 종목을 늘려가는 게 일반적인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생은 근대 2종(육상.수영)을 하고, 중학생은 사격을 더한 근대 3종, 고교생은 펜싱을 더한 근대 4종을 한다. 고교를 졸업한 이후에야 말을 타게 되고 제대로 된 근대 5종 선수가 된다.

올림픽에서는 하루에 다섯 종목을 다 끝낸다. 먼저 공기권총 20발을 쏘고, 출전선수 32명이 모두 펜싱에서 한차례씩 맞붙는다. 에페 방식으로 1점을 얻으면 경기가 끝난다. 수영은 200m 자유형이다.

승마는 추첨으로 자신이 탈 말을 결정하며, 15개의 장애물을 넘는다. 성질이 나쁘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는 말을 고를 경우 그동안 얻은 점수를 한꺼번에 까먹을 수도 있다.

이 네 종목의 점수를 합산, 마지막 육상에서 핸디캡을 적용한다. 주로 승마장 주위를 도는 3km 레이스에서 중간순위 1등이 가장 먼저 출발하고, 그 뒤로 4점당 1초씩 늦게 출발시키는 것이다.

지난 5월 3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근대 5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춘헌(상무)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안드리우스(리투아니아)는 선두보다 30초나 늦게 출발하고도 놀라운 뒷심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안드리우스의 점수는 5608점이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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