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관, 적자 운영, 중도 포기… 세금 낭비하는 지자체 관광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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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북도 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건립하는 관광시설 중 상당수가 적자 운영.운영 중단 등의 위기에 놓였다.

일부 시설은 단체장이 바뀌면서 건립이 백지화돼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단양군이 16억원을 들여 올해 초 문을 연 '단양광공업전시관'은 최근 휴관에 들어갔다. 설계와 시공이 졸속으로 이뤄져 전시관 동선(動線) 등을 고치는 공사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공사에는 항온(恒溫).항습(恒濕) 및 냉방 시설 설치 계획이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보수 공사가 끝나더라도 전시물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추가로 냉방시설이 갖춰지는 내년 여름까지 장기휴관이 불가피하다.

청원군이 내수읍 초정리에 민간 업체와 합작으로 건립한 초정약수스파텔(호텔)은 지난해 1억1900여만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는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지금까지 초기 투자와 경영 정상화 비용.소송비 등으로 70억원 정도를 쏟아 부었으나 경영난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옥천군은 옥천읍 장계리에 군비 25억원과 민간 자본 100억원을 들여 장계국민관광지를 건립, 1992년 문을 열었다. 그러나 요즈음 하루 평균 관람객이 100명선에 불과,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제천시는 금성면 성내리와 청풍면 물태리에 드라마 '태조왕건'및 '대망' 촬영장을 유치해 군비 12억원, 20억원씩을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드라마 촬영이 거의 없는 데다 옛 가옥 등이 볼품없이 퇴락,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이들 시설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충주시는 이시종 전 시장(현 국회의원) 재임 시설 '전국적인 무술도시'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로 칠금동 17만㎡의 터에 300억원을 들여 무술테마공원을 건립, 2006년말 개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최근 중단됐다. 지난 6월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한창희 새 시장이 "시민 공감대 조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예산 집행을 보류시켰기 때문이다.

충북개발연구원 정삼철 연구위원은 "정밀한 수요 예측과 관광 마케팅, 관리 전략도 없이 지어 놓기만 하면 명물이 될 것이라며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문제"라며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관광사업에도 이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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