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야기] “황토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 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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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성 황토한줌 대표가 천안시 두정동 샘플하우스에서 황토에 숯을 넣어 만든 건축 내장재 패널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 조영회 기자]

천안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던 강희성(39)씨는 2007년 동업자인 이준호(46·부사장)씨로부터 한 가지 사업제안을 받았다. 황토를 활용해 인테리어 마감재를 만들면 돈이 될 것 같으니 함께 해보자는 것이었다.

“황토 좋은 줄 누가 모르나?” 강씨는 황토의 효능이 이미 널리 알려진 마당에 새삼 뒤늦게 사업을 벌이자는 의도가 무언지 의아해 했다. 그러나 강씨는 국내에서 황토를 활용한 건축 내장재를 대량 생산하는 업체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창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2년. ㈜황토한줌이 태어났다.

◆황토에 인생을 걸다=황토가 몸에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지만 이를 이용한 인테리어 내장재가 활성화되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황토의 성질을 훼손하지 않고 가공하는 기술이 부족해서다. 오래 전부터 황토제품을 선호해 온 중국은 그나마 원천기술이 있지만 상품의 다양화에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인테리어를 위해 황토 패널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국내업체가 일부 있지만 패널을 규격에 맞게 잘라 쓰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강씨는 황토의 성질을 훼손하지 않고 마감재로 쓸 수 있는 강도를 유지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기술만 확보하면 중국 보다는 한국의 디자인 기술이 한 수 위이기 때문에 국제 시장의 판도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연구과정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황토를 불에 구워 굳히는 종전의 기술은 의미가 없었다. 황토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에 굽지 않고도 강도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몇 번의 실험을 거듭했지만 실패를 반복했다. 어느 날은 강도가 문제고, 어느 날은 겉면이 너무 거칠고 투박해 상품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중국도 수없이 넘나들면서 그들만의 숨겨둔 비법이 있는지 염탐(?)해 보았지만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기술을 선뜻 내놓을 리 없었다. 그렇게 하기를 2년. 강씨는 불에 굽지 않고 화학재료도 전혀 쓰지 않고 황토를 굳히는 기술을 개발, 특허 출원했다.

◆대량생산체제 돌입= 이씨는 그 동안 연구과정에 참여했던 몇몇 투자자와 함께 ㈜황토한줌 등 3개 회사를 만들었다. 사업영역에 따라 ㈜황토산업(가구제조), ㈜황토한줌(인테리어), ㈜황토일번지(벽지 등 기능상품)로 법인을 분리했다.

천안시 불당동에 있던 생산·연구시설도 좀 더 넒은 곳으로 옮기기 위해 용지를 물색 중이다. 생산, 연구개발, 디자인, 영업, 시공 등 분야별로 전문 인력을 갖춰나가고 있는 중이다. 거의 대부분의 인테리어 내장재를 황토제품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기업 건설사들이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유명 전시회나, 기업 사무실, 아파트, 아토피협회 사무실 등에 시공한 제품에 대한 좋은 평가도 한몫 했다.

강희성 대표는 “황토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구나 인테리어 마감재, 기능성 제품 등을 대량생산해 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설비를 확충해 나가고 있다. 최근 정부의 녹색산업 육성에 발맞춰 천안을 대표 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의 (041)908-5117

장찬우 기자

◆황토=우리나라 어느 곳 에서나 찾을 수 있는 황토는 흙 중의 으뜸으로 불린다. 원적외선을 내뿜어 우리 몸의 생리작용을 활성화시켜 건강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황토산업이 개발한 황토를 원료로 한 원적외선 세라믹스 건축자재는 습도조절, 항균 및 방충, 공기정화, 탈취, 아토피 예방, 보온 등 황토가 가진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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