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첫배 떠나던 동해항]인파·차량들로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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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남북분단 이후 처음으로 금강산 관광선이 떠나는 동해항 주변은 관광객과 출항식을 준비하는 현대 관계자들, 환송객 그리고 현대금강호의 출항을 보려고 나온 인파와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북한 장전항을 향해 동해항을 출발한 현대금강호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오후 7시 6층 갤럭시룸에서는 가수 임주리씨 등 연예인들과 러시아 무용단의 특별공연이 열려 고향가는 실향민들의 흥을 돋웠다.

3백여명이 참석한 이날 공연에서는 '목포의 눈물' '뱃노래' 등 우리 가요가 연주됐다.

이어 '금강산 기행' 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영남대 유홍준 교수는 금강산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슬라이드와 함께 소개, 마음은 벌써 금강산에 가있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시범운항 때와 달리 이날은 파도가 높고 바람이 심해 상당수 관광객들이 멀미 등으로 불편을 겪었다.

특히 고령 승객들은 몸의 균형을 잃어 부축받거나 멀미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현대금강호는 당초 예정보다 44분 늦은 이날 오후 5시44분 힘찬 뱃고동과 함께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동해항을 출발.

이날 오후 5시쯤 승선을 마친 승객들과 선원들은 반세기만에 열린 금강산 뱃길이 감격스러운 듯 차가운 날씨속에 두툼한 외투를 입고 갑판에 나와 손을 흔드는 등 한껏 들뜬 모습.

현대금강호는 강릉.속초 앞바다를 거쳐 19일 오전 2시45분쯤 군사분계선을 통과했으며 오전 4시 장전항 수로 안내지점에 도달한후 북한측의 도선으로 오전 6시 장전항에 입항할 예정.

○…관광객들은 18일 아침부터 동해항에 설레는 마음으로 속속 도착, 교육을 받은 뒤 환송객들의 전송을 받으며 상기된 표정으로 현대금강호에 승선했다.

특히 노령의 관광객들은 금강산 현지 날씨가 섭씨 영하 10도가 넘는다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수십년간을 기다려온 생애의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금강산 전체를 돌아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관광객 대표로 선정된 최고령자 심재린 (97.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옹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 평생을 그리던 북한땅을 밟아본다는 사실 하나로 지난 세월의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고 말했다.

사진작가이자 수석전문가인 김일두 (70.서울시마포구동교동) 씨는 "금강산 전체가 하나의 완벽한 수석으로 여겨질 만큼 완벽하고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배를 타게 됐다" 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이날 아침부터 동해항의 파도가 2~3m 높이로 비교적 잔잔한 채 하늘까지 맑게 개자 현대 관계자들은 "하늘도 도와주고 있다" 며 안도했다.

○…현대금강호가 출항하는 동해항 여객터미널은 공중전화.화장실.승객대기실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데다 이마저 안내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데 큰 불편.

○…현대측은 18일 금강산 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인 점심식사 해결을 위해 온정리 일대의 북한식당을 임대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혀 내년초부터 북한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해 = 김진원.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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